선인장 - 이해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1592835477191.png

사막에서도
나를
살게 하셨습니다.

쓰디쓴 목마름도
필요한 양식으로
주셨습니다.

내 푸른 살을
고통의 가시들로
축복하신 당신

피 묻은
인고의 세월
견딜 힘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살아 있는
그 어느 날

가장 긴 가시 끝에
가장 화려한 꽃 한 송이
피워 물게 하셨습니다

이해인 - 선인장
====================

베란다에 심어놓은 선인장의 머리끝으로 작은 잎들이 돋아납니다.
그저 길쭉한 가시 돋힌 기둥뿐이던 녀석이 어느날엔가 머리끝에 작은 잎들을 틔우더니, 이제 제법 모양이 커집니다.

시인이 이야기 한 것처럼,
인고의 세월을 견뎌 가시끝에 피워 낸 꽃 한송이는 아닐지라도, 선인장이 자라나는 모습은 참 재미있습니다.

선인장은 그렇게 인내의 상징일까요.
가시돋힌 고난의 상징일까요.
한 시절 예쁜 꽃을 피우고 지는 화려한 꽃들보다는 어쩌면 우리 삶은 선인장을 닮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삶은 우리에게 기름진 평야만은 아니겠지요.
때론 사막같은 척박한 시간들이기에 그 안에서 우린 선인장처럼 가시를 피우며, 가시를 견디며, 그렇게 꽃을 열매를 기다리고 있는것일지도요.

우리를 닮은 선인장 한줄기 붓끝에 올려보며, 꽃으로 가시로 살아가는 우리를 기억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보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