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진실이라는 커다란 거울에서 떨어져나온 조각을 각자 유리한 입장에서 바라본 뒤 "내가 진실을 알고있어"하고 힘주어 말하곤 한다 깨지기 전 온전한 상태의 거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면서 말이다 ======================== 이기주 작가의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내주는것이다'라는 수필집의 한 구절입니다. 무심코 장을 열어 읽다가 이 구절에서 마음이 멈춥니다.
그러게요. 정작 나 자신과의 대화에서조차 진실은 머뭇거립니다. 나 혼자의 고해성사에서도 가슴 속 깊은 고백은 부끄러움에 싸여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물며, 세상의 어느 진실이 온전한 상태일 수 있을까요. 그 숱한 시간들중에 내 손에 들려 있었던 건 줏어온 깨진 거울 조각은 아니었을지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부끄러워 한 없이 청동거울을 닦아대던 어느 시인의 모습처럼, 내 가슴의 거울부터 닦아볼까 합니다. 지난한 세월의 티끌이 도색되어 두텁게 내려앉아버린, 비추어진 이는 나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어진, 내 마음의 거울을 슬며시 꺼내 봅니다. 어쩌면 거울을 닦을 용기보다, 그 거울 속 사내를 마주할 용기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세상의 진실을 외치기 전에, 내 마음의 거울부터 들여다 볼까 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