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기린 그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by 사노라면

문득 기린이 그리고 싶었습니다.
붓을 들고 먹을 찍고
물감을 묻혔습니다.
긴 목도 그려보고 얼룩 무늬도 그려보고
다 그리고 나니 맘에 드는 기린 그림이 아닙니다.
생각했던 기린 그림이 아닙니다.
잘 못 그렸네 생각하다 옆에 한 글자 적어봅니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
그렇게 해놓으니 이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네요.
예로부터 이런 말이 전해져 오잖아요?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고, 니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못 그린 기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이니 잘 그린 기린 그림이 되는거잖아요.

어쩌면 우리네 삶도 생각하기 나름일겁니다.
팍팍한 삶일지 행복한 삶일지
결국 그 삶을 보고 정의짓는 시선에 달린듯합니다.

오늘의 이 순간은 내가 그린 기린 그림입니다
어떤 것이 잘 그린것인지
어떤 것이 못 그린것인지 구분이 없듯이
어떤 삶이 행복인지
어떤 삶이 덜 행복한건지 그 구분은 내 마음에 있을겁니다.

삐뚤삐뚤 내 맘대로 그려진 기린처럼
세상 모든 이들의 오늘 하루 울퉁불퉁 행복한 시간이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진실이라는 거울 - 이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