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기린이 그리고 싶었습니다. 붓을 들고 먹을 찍고 물감을 묻혔습니다. 긴 목도 그려보고 얼룩 무늬도 그려보고 다 그리고 나니 맘에 드는 기린 그림이 아닙니다. 생각했던 기린 그림이 아닙니다. 잘 못 그렸네 생각하다 옆에 한 글자 적어봅니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 그렇게 해놓으니 이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네요. 예로부터 이런 말이 전해져 오잖아요?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고, 니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못 그린 기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이니 잘 그린 기린 그림이 되는거잖아요.
어쩌면 우리네 삶도 생각하기 나름일겁니다. 팍팍한 삶일지 행복한 삶일지 결국 그 삶을 보고 정의짓는 시선에 달린듯합니다.
오늘의 이 순간은 내가 그린 기린 그림입니다 어떤 것이 잘 그린것인지 어떤 것이 못 그린것인지 구분이 없듯이 어떤 삶이 행복인지 어떤 삶이 덜 행복한건지 그 구분은 내 마음에 있을겁니다.
삐뚤삐뚤 내 맘대로 그려진 기린처럼 세상 모든 이들의 오늘 하루 울퉁불퉁 행복한 시간이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