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 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
하루하루가 결심입니다. 매일매일이 다짐입니다. 이제는 연초가 아니더라도, 수시로 결심합니다. 잔뜩 먹은 다음 날 불룩한 배를 보곤 이젠 다이어트를 해야지, 병원 검진 받고 나온 날 이젠 운동을 해야지, 감기걸려 목구멍 따끔한 날 이젠 담배 끊어야지, 지난 밤 인사불성에 아침 두통 지끈 거릴때 이젠 술을 그만 마셔야지. 그렇게 그렇게 매일이 결심입니다.
시인도 그런 날인가 봅니다. 여차여차 막 금주를 결심하고, 단단히 마음먹고 돌아가는 길, 감자탕 한그릇에 소주 한 병이 공짜랍니다. 뜨끈한 감자탕엔 소주 한 병이죠. 그 1+1 조합이 공짜 소주 한 병이라니 큰 고민입니다. 그리곤 다짐합니다.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무슨 고민이냐. 삶이 뭐 그리 모질어야 한다더냐. 더군다나 오늘은 날도 꾸물거리는데 말이지. 다이어트도, 금연도, 금주도, 날 좋은 내일부터랍니다. 마음 편한 내일부터랍니다. 하늘 맑은 내일부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