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는 나를 데리고 자꾸만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어린시절 한 여름에, 큰집 툇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던 생각이 납니다. 파란하늘에 구름이 이런 저런 모양으로 변하는게 재미있습니다 구름은 가만히 있는데 어느샌가 저만치 움직여 있습니다 바람이 데리고 갔나봅니다.
그렇게 물은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데리고 갑니다 초록은 가만히 있는데 세월이 데리고 갑니다 나도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데, 삶이 나를 데리고 달려갑니다 나는 누워있는데 내 삶은 자꾸만 어디로 가는것일까요. 내가 삶을 데려가는것일까요 삶이 나를 끌고 가는것일까요
눈 깜짝 할 새, 여전히 나는 툇마루에 누워있는데 삶은 저만치 달려갔습니다 세월은 저만치 뛰어갑니다. 내 삶인데, 내 세월인데, 내 손 부여 잡은 채 저 혼자 막 달려갑니다 어디도 가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내가 끌고 가는지 삶이 끌고 가는지 어디로 그렇게 달려갈까요
퍼뜩 정신차리고 일어나 앉아봅니다 얼마나 달려온건지, 어디로 뛰어온건지, 주섬주섬 돌아보니 벌써 이만치 왔네요. 나는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삶은 나를 데리고 이만치 왔네요. 벗어 놓은 신발 주섬주섬 챙겨봅니다. 이젠 천천히 걸어 볼까나요 저만치 뛰어간 삶도 잠시 쉬어가라 할까나요 네가 날 데려가든지 내가 널 데려가든지 이젠 좀 천천히 가볼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