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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05. 2020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가을의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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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고 자던 얇은 이불이 선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새벽의 기온이 눈에 띄게 선선해졌습니다.
콧물을 훌쩍이며 눈을 뜹니다.
이젠 창문도 잘 닫고 자야겠습니다.
그렇게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로 가나 봅니다.

그렇게 기도의 계절이
그렇게 사랑의 계절이
홀로 겸허한 마음의 백합을 피우는
가을입니다.

바라건데 이 가을엔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하고
세상의 편견이 없어지고
세상에 반목은 사라지고
그렇게 다시
평화와
여유로움과
파란 하늘과
시원한 공기만이
우리들 주위에 가득하길 기원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가을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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