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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07. 2020

더딘 사랑 - 이정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더딘 사랑/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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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는 무한하게 오랜 시간을 겁 劫이라 합니다.
또 매우 짧은 시간을 찰나 刹那라고 하지요.

이정록님의 더딘 사랑은 그 억겁과 찰나를 재미있게 대비하여 이야기 해 줍니다.

돌이 모래가 되기엔 겁의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 순간은 영원의 시간을 사는 돌부처에겐 눈 한번 감았다 뜰 순간이라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 순간이란건
달이 눈 깜짝 하는데 한달이나 걸릴 시간이라 합니다

그런 시간속에 삽니다
당신에게 반한 한 순간도
어쩌면 억겁의 시간속에서 당신을 바라보다 결심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당신과 마주하는 이 순간도
온 세상이 사라지고 난 후까지도 이어질 영원의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세월은 이리 왔습니다.
시장 골목 앞 만화가게에서
고무줄에 비스듬히 걸린 만화 한 권 꺼내들던 개구장이가
눈 깜작할 사이에
책장 한번 넘길 사이에
지금 여기 이렇게 앉아 있습니다.
돌부처는 그대로 있고
하늘의 달은 반짝이는데 말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소중한 순간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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