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서핑하다보니 깍두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반찬으로 먹는 깍두기도 아니고, 문신 가득한 힘쓰는 짧은머리 깍두기도 아니고, 우리 친구 중 한명이기도 했고, 나이기도 했던 어린 시절 우리와 함께 놀던 깍두기의 이야기입니다.
매일매일 골목길이 아이들 노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그 시절, 그 놀이의 무리엔 꼭 깍두기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어린 동생이거나, 힘이 약하거나 몸집 작은 아이들을 '깍두기'라는 명목으로 끼워서 같이 놀곤 했죠.
깍두기는 틀려도 괜찮고, 못해도 괜찮고, 죽어도 다시 살아났죠. 하지만 아이들의 놀이에 전혀 영향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깍두기'들을 보호해 주면서 놀곤 했었습니다.
그런 깍두기가 요즘도 있을까요. 언제부턴가 깍두기가 사라지고 왕따만 남은 시대라고 인터넷에선 끌탕을 합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겐 깍두기를 가르쳐주지 않은걸까요. 너 혼자만 열심히 공부해서 1등이되고, 너 혼자만 잘 되서 좋은 회사 들어가라 이야기 해서 일까요.
그 잘난 '너 혼자'들이 세상을 어지럽힐 위치에 올라간 시기가 된 요즘, 아파트 놀이터에서 무리지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깍두기를 찾아봅니다. 그래도 어딘가에선 깍두기로 따라 다니는 몸집 작은 녀석이 있을겁니다. 그 깍두기를 보듬어주는 아이들이 있을겁니다.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스스로 알아가는, 아이들의 희망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