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대쯤 엉덩이를 얻어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 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터진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의 골진 이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눈썹 속에 젖은 해가 두 덩이 오래도록 식식거리는 저물녘의 수렁논 ==================== 어제 우연히 이 시를 읽었습니다. 시를 읽으며 이렇게 멈칫하는 순간을 받은것도 오랜만입니다. 몇 번을 읽어봅니다.
시 한번 읽어보니 저녁 놀이 번지고 소 한 마리가 보입니다 무심한 노인의 걸음이 보입니다
다시 한번 읽으면 암소 목덜미의 젖은 주름과 속눈썹 기다란 커다란 눈망울과 노인의 주름이 보입니다.
또 한번 읽으니 세월이 보입니다. 소와 노인의 이야기가 들리는듯 합니다.
시로 한 장의 그림을 그린 듯 합니다 이정록 시인의 세밀한 감정 묘사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오래전 본 영화 '워낭소리의 한 장면도 떠오릅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 한편 그려보며 여러분들과 함꼐 나누고싶어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