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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23. 2020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 이정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주름살 사이의 젖은 그늘 - #이정록

백 대쯤
엉덩이를 얻어맞은 암소가
수렁논을 갈다 말고 우뚝 서서
파리를 쫓는 척, 긴 꼬리로
얻어터진 데를 비비다가
불현듯 고개를 꺾어
제 젖은 목주름을 보여주고는
저를 후려 팬 노인의
골진 이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긴 속눈썹 속에
젖은 해가 두 덩이
오래도록 식식거리는
저물녘의 수렁
====================
어제 우연히 이 시를 읽었습니다.
시를 읽으며 이렇게 멈칫하는 순간을 받은것도 오랜만입니다.
몇 번을 읽어봅니다.

시 한번 읽어보니
저녁 놀이 번지고
소 한 마리가 보입니다
무심한 노인의 걸음이 보입니다

다시 한번 읽으면
암소 목덜미의 젖은 주름과
속눈썹 기다란 커다란 눈망울과
노인의 주름이 보입니다.

또 한번 읽으니
세월이 보입니다.
소와 노인의 이야기가 들리는듯 합니다.

시로 한 장의 그림을 그린 듯 합니다
이정록 시인의 세밀한 감정 묘사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오래전 본 영화 '워낭소리의 한 장면도 떠오릅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 한편 그려보며 여러분들과 함꼐 나누고싶어 그려봅니다

모든 이들의 편안한 오늘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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