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문정희 의 시 「#응 」전문 ====================== 발칙한 재미있는 시를 읽었습니다. 문정희 님의 '응' 입니다. 유쾌한 말장난이 돋보이는 언어유희의 시입니다.
안도현님의 시를 쓰는 법에 대한 수필집 해설에 의하면 ' 시를 시작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대낮에 '하고싶어? 라는 문자가왔다고 '대담하게' 밝히는건 무슨 뜻일까? 이것 역시 독자를 시 앞으로 잡아당겨 두려는 시인이 노련한 유인술이다. 들어보나마나 외설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독자인 우리는 시인에게 넘어가 줄 준비가 되어있다)-라 쓰여 있습니다
참 재기 발랄하고 유쾌한 시입니다. 문정희 시인은 이렇게 우리 글이 주는 모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합니다. 몸이라는 글자도 그렇고요.
시인은 세상을 그렇게 자세히 봅니다. 사물뿐 아니라 무심코 적어놓는 글자 하나에서도 저 많은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태양을 부르고 , 달을 부르고 당신을 부르고 나를 부르고 우리의 긴 사랑 이야기를 불러냅니다.
쉽지 않은 글쓰기의 길을 생각하며 쓰다 만 시구절을 슬며시 덮어 놓습니다. 오늘은 그저 '응' 하나만 생각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