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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25. 2020

응 - 문정희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햇빛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 #문정희 의 시 「#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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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재미있는 시를 읽었습니다.
문정희 님의 '응' 입니다.
유쾌한 말장난이 돋보이는 언어유희의 시입니다.

안도현님의 시를 쓰는 법에 대한 수필집 해설에 의하면 ' 시를 시작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대낮에 '하고싶어? 라는 문자가왔다고 '대담하게' 밝히는건 무슨 뜻일까? 이것 역시 독자를 시 앞으로 잡아당겨 두려는 시인이 노련한 유인술이다. 들어보나마나 외설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독자인 우리는 시인에게 넘어가 줄 준비가 되어있다)-라 쓰여 있습니다

참 재기 발랄하고 유쾌한 시입니다.
문정희 시인은 이렇게 우리 글이 주는 모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합니다.
몸이라는 글자도 그렇고요.

시인은 세상을 그렇게 자세히 봅니다.
사물뿐 아니라 무심코 적어놓는 글자 하나에서도 저 많은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태양을 부르고 , 달을 부르고
당신을 부르고 나를 부르고
우리의 긴 사랑 이야기를 불러냅니다.

쉽지 않은 글쓰기의 길을 생각하며
쓰다 만 시구절을 슬며시 덮어 놓습니다.
오늘은 그저 '응' 하나만 생각날듯 합니다.

그치? '응'

세상 모든 이들이 비밀스럽고 발칙한  유쾌한 하루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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