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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31. 2020

싼게 비지떡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이어폰을 하나 샀습니다.
저는 이어폰이라는게 원래 휴대폰을 사면 따라 오는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음질이 차이 나봐야 얼마나 차이가 나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고리타분한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몇 십만원의 가격을 하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이해가 가지않는 상품 중 하나였습니다.

집에서 유선 이어폰을 가끔 사용하다가 며칠 밖에서 이어폰이 필요해 쓰다보니 유선이어폰 줄이 걸리적거리며 활동하기에 영 불편했습니다. 이 참에 나도 무선이어폰 하나 써볼까하여 고르던 중 가성비 좋다는 중국산 이어폰을 하나 샀습니다.

모양도 깔끔하고 소리도 전혀 문제없고 다니는데 편하니 참 좋더군요.
추석 명절이 끼어 보름의 배송기간을 기다리다 써 본 물건이라 그런지 더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너 댓번 쓰다보니 뭐가 이상합니다. 페어링도 잘 안되고 자꾸 끊어지고 초기화를 몇번이나 해도 자꾸 문제가 생깁니다.
판매자에게 연락했더니 as 비용이 물건값만큼 듭니다. 참 난감한 물건입니다.

그제서야 생각이 듭니다.
'싼게 비지떡'
그러게요. 싼거는 싼 이유가 있더군요.
몇번을 듣고 깨닫는 이야기지만 매번 물건을 살 때는 실감 못하다가 고장 나면 느껴집니다.
물론 터무니 없이 가격이 과한 물건도 있지만 대부분의 물건은 가격만큼 하나 보더라구요.
제작할때의 아이디어에 대한 비용이 그렇고,
물건의 품질 차이가 그렇고,
물건의 정성이 그렇고,
물건의 효용성이 그렇습니다.
값은 항상 제 값을 하게 되나 봅니다.

계륵인 이어폰을 저만치 밀어 놓고 붓을 들며 우리네 삶을 생각해봅니다.
내 삶은 나의 값어치를 하고 있을까
나는 내게 얼마의 값을 매겨 놓았을까.
터무니없는 바가지일까
너무 낮은 헐값일까
내가 행한 일들이 비지떡은 아니었을까.

가치있는 삶을 묵상해보는 토요일 아침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쓸모있는 오늘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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