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Nov 17. 2020

끽다거 - 차나 한잔 하시게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끽다거(喫茶去)'는 조주(趙州) 선사라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선승의 유명한 화두로, 조주 선사는 차를 선(禪)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 합니다.
끽다거는 그야말로 '차나 한 잔 하시게'라는 말이지요.

다른 시구절을 올리려고 써놓고 있었는데, 아침에 문득, 요 몇일 구설에 오른 두 스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마음 다스리는 이야기를 해주시던 스님과 흐트러진 불교를 꾸짖던 스님이시지요.
그 분들과 한 순간이라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눠 본 적이 없으니, 그 분들의 삶의 속내야 내가 모를 일이고, 그 분들의 보이는 모습 또한 내가 알 수 없는 사정이지요.
다만 그 모습들이 시끄러운건,
그 모습들에 마음 찌푸리는건,
아마도 나 혼자 내 마음에서 상상하고 있던 모습과 다르기 때문일겁니다.

살다보면 많은 일이 그러하더군요.
내가 규정지은 세상의 모습에,
내가 그려놓은 사람들의 모습에,
그저 나혼자 마음만 키우다가 제 풀에 실망하게 되곤 합니다.
그 세상은, 그 사람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한 적 없는데 말입니다.
결국 내 마음만 바로 잡으면 될 일인가 봅니다.
결국 내 마음만 비우면 될 일인가 봅니다

문득 선사님의 '끽다거喫茶去' 한 마디가 떠오릅니다.
마음 끓이지 말고 차나 한잔 하고 가시게나

좋은 오늘입니다.
시끄러운 세상사는 접고,
이 조용한 오늘,
차나 한 잔 하고 가자구요.

세상 모든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매거진의 이전글 봉숭아 - 정태춘 박은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