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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6. 2020

봉숭아 - 정태춘 박은옥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세월이 흘러도 습관처럼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계절이 되면 기억이 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봉숭아입니다.
봉숭아 꽃을 따서 절구에 잘 빻아, 백반가루 섞어 손톱위에 얹어놓고, 첫 눈 오기전까지 잘 남아있으라며 손톱에 싸매던 그 봉숭아입니다.

남자 형제들만 있던 제겐 사촌 누나들의 봉숭아 물들이는 모습이 참 궁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궁금하던 참에 한번은 엄마를 졸라 손가락에 얹어본 기억도 납니다.
손톱위에 얹어지는 으깨진 봉숭아 잎의 차가운 감촉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 봉숭아 물은 언제 어떻게 빠졌는지도 기억 나지 않지만, 봉숭아라는 단어에는 여전히 추억이 남아있나 봅니다.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 봉숭아를 그려보며,
어느 손가락위에 초승달처럼 남아있을
수줍은 빛깔의 봉숭아를 떠올려봅니다.
아직 첫 눈은 내리지 않았으니
아직 이루어질 사랑의 두근거림도 남아있겠지요.
하늘 뽀얀 어느 날,
톱위에 남은 조각 사랑을 기억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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