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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an 13. 2021

단추 다시 보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옷을 입다가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첫 단추를 돌아봅니다.
단추를 풀고 다시 끼워봅니다.
어색한 옷매무새로 하루 종일 지낼 필요는 없는 일이죠.

올해가 이제 열흘이 지났습니다.
딱히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더라도,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 즈음에서 한번 돌아봅니다.
뭔가 시작이 어설프거나,
뭔가 처음이 내 맘에 안 들거나,
뭔가 마뜩치않은 걸음이 될 때,
잠시 멈추고 돌아봅니다.
그리고 돌아가 다시 단추를 풀고 여며봅니다.

바쁠 일은 없지요
서두를 것도 없지요.
공연히 시작이라 신발끈도 채 묶지 못한 채 허겁지겁 달리진 않았는지,
갈 곳도 정하지 않은 채 길부터 떠나진 않았는지,
이도 저도 없이 아직 떠나지도 못했는지,
잠시 돌아봐도 괜찮을 시간입니다.
잠글까 푸를까 망설이던 단추도 이젠 다시 한번 여미고 ,
머뭇대는 가슴 한번 팡팡 두드리면서,
다시 일어나 걸어가면 되니까요.

미리 걱정할 것도 없고
미리 두려울 것도 없지요
여태 잘해 왔으니까요
여태 잘 견뎌 왔으니까요.
잘 꿰어진 단추로 정돈된 매무새로
차근차근 걸어가는 우리 모두의 여정을 응원해 보는
포근한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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