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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17. 2023

고토열도 일주기 - 일본의 기독교 성지 답사기 (8)

후쿠에교회 (福江敎會)

후쿠에시마는 예상외로 넓었습니다. 서쪽 반도 끝의 이모치우라교회에서 동쪽 끝에 해당하는 시내까지 또 한시간을 달렸습니다.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이는 들녘을 달리니 마음마저 평온해집니다. 산과 바다가 계속 교차되며 눈에 들어옵니다. 한가로이 보이는 들녘을 달려 봅니다.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잠복 키리시탄이 이 땅에 뿌려 놓은 신앙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킨 잠복 키리시탄의 영향이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는 것 같습니다. 

후쿠에 시내로 진입하니 다행히 비는 완전히 그쳐 있습니다. 시내는 고토열도 최대의 도시답게 제법 큰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퇴근 시간이지만 시내는 그리 번잡하지 않습니다. 번화가라고는 하지만 인구 감소 때문이지 어딘가 많이 퇴락한 분위기가 묻어납니다. 렌터카에 주유를 하고 반납했습니다. 휘발류 값은 내지와 차이가 없습니다. 렌터카 직원은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예약한 호텔까지 태워줍니다. 물어 물어 걸어갈 요량이었는데 헤맬 수고를 덜어주어 고마왔습니다. 

어느덧 긴 여름해가 뉘엿뉘엿 지려합니다. 호텔 체크인만 하고 후쿠에교회カトリック福江教会를 찾아 나섰습니다. 답사 여행시 먼 곳부터 보고 가까운 곳은 나중에 보는 방식을 취해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호텔과 후쿠에교회는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지척입니다. 古교회당은 아니나 무척이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그만큼 교인수가 많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왼쪽부터 이모치우라교회, 후쿠에교회. 맨 위는 도자키교회입니다.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섬을 횡단하듯 중앙을 가로질러 후쿠에 시내에 닿았습니다. 후쿠에시마에는 대부분이 古교회당인 14개의 교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교회만 방문했지만 생각 같아서는 모두 보고 싶었습니다.

후쿠에시마 시내에 자리한 후쿠에교회 

교회 내부 예배당입니다. 후쿠에시마의 기독교는 1896년 섬 바로 북쪽에 인접한 히사카시마久賀島에서

이주해 온 키리시탄에 의해 그 역사가 시작됩니다. 1910년 페르신부에 의해 최초의 후쿠에교회가 세워졌는데 원래 공립병원이었던 시설을 교회로 개조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교회는 1962년 현대식으로 새로 건축한 것입니다. 완공되고 5개월후인 1962년 9월 후쿠에 대화재가 발생하여 시가지 거의 전체가 소실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쿠에교회만은 기적적으로 불에 타지 않았습니다. 화재로 폐허가 된 시내에서 홀로 우뚝 솟은 교회당을 보며 주민들은 희망과 부흥의 의지를 다졌다고 합니다. 고토시의 행정, 경제의 중심지에 위치하며 페리터미널, 후쿠에성, 시내 번화가 모두 걸어서 이동 가능한 근접 거리에 있습니다.  

1962년 9월에 발생한 대화재로 시내 거의 대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하지만 파란 원 안에서 보듯 후쿠에교회만은 화재로부터 벗어나 온전하게 남아있습니다. 멀리서도 보이는 우뚝 선 모습의 교회를 보며 주민들은 희망을 품고 복구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아래는 화재 직후의 후쿠에교회와 부근입니다. 얼마나 큰 화재였는지 남아 있는 것은 폐허뿐입니다. 낙도에 대화재가 일어났으니 복구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새로운 후쿠에의 부흥을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큰 기대를 했습니다. (고토시 제공 자료)

1962년 교회 완공후 드린 첫 예배 장면입니다. 지금은 고토열도에서 가장 많은 출석 교인이 있는 교회입니다. (고토시 제공 자료)

원래 공립병원을 개조해 이용하던 초기의 후쿠에교회당입니다. 지붕 한가운데 희미하지만 십자가가 보입니다. (고토시 제공 자료)


후쿠에교회 방문을 마치고 다음날 일정을 알아보기 위해 페리터미널을 다시 가 보았습니다. 안내소를 비롯한 모든 창구는 이미 마감 시간이 넘어 닫혀 있었지만 아침에 큰 도움을 주었던 나카무라씨는 홀로 잔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잔업중이라 좀 미안했지만 다음 일정인 히사가시마久賀島의 사정을 문의했습니다. 어차피 늦게까지 해야 할 잔업이 있다며 친절히 안내해 줍니다. 히사가시마에서의 교통편과 숙소 설명은 물론 예약까지 직접 해 주었습니다. 사무실에서 마주 앉아 차까지 대접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섬이 답답하여 도시로 나가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여기가 좋아 아마 죽을 때까지 후쿠에에 살 것 같다고 합니다. 

나카무라씨가 메모해 준 안내 설명입니다. 검은 색은 사무실에서, 빨간 색은 나중에 다시 호텔 로비에서 적어준 글입니다. 메모 순서를 구분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에 내심 탄복했습니다. 이번 고토열도 답사중 가장 큰 도움을 준 두 사람중의 한명입니다. 다른 한 명은 신카미고토 안내소의 스즈키씨입니다. 


나카무라씨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다소 피곤한 몸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섬의 일과는 빨리 끝나는지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 상점들은 문이 닫혀있습니다. 작은 이자카야 몇 곳과 편의점만이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그의 중년 아들이 운영하는 듯한 작은 식당을 겨우 찾아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하루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풀 겸 로비 소파에 앉아 따듯한 커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초행인 이곳에 낯 익은 얼굴이 들어옵니다. 나카무라씨입니다. 예약 상황에 변경이 생겨 알려주려 왔다고 합니다. 내 이름을 몰라 호텔에 전화해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직접 찾아온 것이라고 하는데 과잉 친절이라 느낄 정도로 고마왔습니다. 로비에서 다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때 히사가시마에서의 택시 예약을 취소했는데 이게 패착이 되었습니다. 나카무라씨가 택시 정류장이 별도로 없으니 택시는 미리 예약해야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작은 섬에서 택시 부르기가 뭐 어렵겠냐싶어 별 생각 없이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히사가시마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큐쿄린교회가 있어도 인구 300명에 불과한, 생활 인프라가 무척 취약한 그야말로 낙도였던 것입니다. 터미널 편의 시설이 전무했습니다.

후쿠에 페리터미널에서 바라본 후쿠에 시내 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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