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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19. 2023

고토열도 일주기 - 일본의 기독교 성지 답사기 (9)

히사가시마 (久賀島)로

히사가시마久賀島는 후쿠에항에서 북쪽으로 20분 걸리는 가까운 섬입니다. 무척 작은 섬이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잠복 키리시탄 마을과 큐쿄린 교회旧五輪敎會가 있어 방문했습니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일기예보에 내심 걱정이 되었으나 다행이 아직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히사가시마의 타노우라田の浦 선착장이 후쿠에 페리터미널과 연결됩니다. 짧은 거리를 왕복하는 관계로 여객선은 작아 정원은 많아야 서른명 정도로 보입니다. 새카맣게 그을린 젊은 청년 한 명이 여객선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후쿠에 페리터미널을 출항한지 20분만에 히사가시마 타노우라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타노우라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항구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배를 정박할 수 있는 시설뿐 사무실은 물론 가건물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인근에 인가나 마을도 없습니다. 픽업 나오기로 한 택시를 그 전날 취소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후쿠에 페리터미널처럼 터미널이 있고 안내소가 있으며 여객선 도착 시간에 맞추어 택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여 예약을 취소하고 타노우라 선착장에서 택시를 잡아탈 요량이었습니다. 아무런 시설도 없고 전화조차 사용할 수 없어 (택시회사 전화번호도 모를 뿐 더러) 난감했습니다. 마침 같은 배를 타고 와 이미 먼 발치에 걸어가고 있는 중년 여성에게 다가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곳 학교에 일이 있어 다니러 왔다며 픽업 나온 차량을 향해 가고 있던 중이라고 합니다. 난처해진 사정을 얘기했더니 자신도 이곳 주민이 아니어서 방법을 잘 모르겠다며 마침 출항하려는 어선의 어부에게 택시 회사의 전화번호를 물어봅니다. 이어 직접 전화하여 택시를 불러 주었습니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면 많이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무척이나 고마운 사람들이었습니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택시가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반가웠습니다. 

히사가섬과 타노우라 선착장 (파란 네모 칸)
후쿠에시마와 히사가시마를 연결하는 소형 여객선


쿄린교회와 큐쿄린교회 (五輪敎會와 五輪敎會) 

 

히사가시마를 찾는 방문객은 십중팔구 큐쿄린교회旧五輪敎會를 보기 위해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교회는 의미있는 교회입니다. 한자의 뜻 그대로 옛쿄린교회라는 뜻입니다. 

큐쿄린교회로 이동하며 기사에게 히사가시마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히사가시마는 인구가 300명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후쿠에로 통근하는 직장인과 통학하는 학생이 많다고 합니다. 태풍으로 배가 출항하지 못하면 출퇴근이나 등하교에 발이 묶여 버립니다. 학교도 초등학교의 분교 단 하나여서 중학교를 다니려면 아예 외지로 나가거나 후쿠에로 통학을 해야 합니다. 타노우라에서 도움을 준 여성이 학교에 볼 일이 있어 왔다고 했는데 아마 이 분교에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노인들은 사망하고 외지로 나간 젊은이들은 돌아오지 않으니 섬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문객을 위한 식당 하나 없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중년 기사의 말에 씁쓸함이 묻어납니다. 

좁은 도로와 산속의 비포장 길을 40분 넘게 이동하여 큐쿄린교회가 보이는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이라고는 해도 숲을 깍아 평평하게 만든 작은 공터입니다. 교회까지 차량 접근이 불가하여 이곳에 주차를 하고 산길을 또 500미터 정도 걸어 내려가야 합니다. 큐쿄린교회가 있는 잠복 키리시탄 마을은 타노우라 선착장 정반대 방향의 해안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열도의 다른 섬과 내지에서 이주해 온 잠복 키리시탄들이 교회당을 세웠습니다. 쿄린교회五輪敎會 입니다. 처음에는 타노우라 방면의 하마와키浜脇마을에 세워졌다가 지금의 자리 로 옮겨왔습니다. 새로운 쿄린교회를 옆에 세우고 구분을 위해 원래의 쿄린 교회를 큐쿄린교회, 새로 지은 교회는 그냥 쿄린교회라 명명했습니다. 두 교회는 같은 장소에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큐쿄린교회에 도착하니 한 젊은이가 맞아줍니다. 관리인 겸 해설사입니다. 이 해설사 역시 후쿠에에서 출퇴근한다고 합니다. 오늘 방문객이 있으니 안내를 해 달라는 전화 연락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방문객이란 바로 필자였습니다. 타노우라 선착장 출발과 동시에 기사는 택시회사에 승객 픽업 및 출발 보고를 했고, 택시회사는 곧바로 해설사에게 연락하여 외국인 방문객이 있으니 안내와 해설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해 놓았던 것입니다. 해설사는 격일로 출근하며 쿄린교회와 큐쿄린교회를 관리하고 방문객에게 안내와 해설을 해 준다고 합니다. 그는 히사가시마의 잠복 키리시탄, 큐쿄린교회에 대해 풍부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생명의 위협까지 감수하고 잠복하며 세습으로 신앙을 이어온 일본의 기독교가 오늘날 왜 이리 쇠퇴하였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예상하지 못한 질문인듯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알아보고 올테니 잠시 교회당을 둘러보며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약 10분후 돌아온 해설사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1890년에 교육 칙령敎育勅令이 발표되었는데 이는 신토神道의 천황을 중심으로 온 국민의 뜻을 하나로 합치자는 정부의 교육 지침이었다. 강제로 따라야만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은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점차 교세는 약화되고 고착화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 짧은 시간에 자료를 뒤져보고 전문가에게 전화로 재확인까지 하고난 후의 답변이었습니다. 성실한 그의 해설이 고마왔고 그간의 의문도 어느 정도 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왼쪽은 후쿠에 페리터미널에서 히사가시마의 타노우라 선착장까지의 항로입니다. 소형 여객선으로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가운데 빨간 네모 칸 위가 타노우라, 아래가 후쿠에, 가운데는 도자키교회입니다.

오른쪽은 타노우라 선착장에서 큐쿄린교회까지의 육로로, 택시로 40여분 소요됩니다. 히사가시마를 횡단해서 타노우라 반대편 해안까지 가야합니다. 인구도 300명에 불과하고 큰 섬도 아니어서 도로 사정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를 40분이나 달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타노우라 선착장입니다.

1881년 타노우라 방면의 하마와키 지역에 세워졌다가 1931년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습니다. 현존하는 목조 교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교회로, 일본 중요문화재 및 나가사키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창문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일본 전통식 가옥입니다. 히사가시마의 히라야마 카메타라는 목수가 설계했습니다. 시간의 경과와 해풍으로 인한 노후가 심각해 해체 위기에도 놓였었지만 고토의 기독교 역사를 대변하는 대표 교회로서의 상징성이 있어 1984년 보수를 통해 현재까지도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있습니다. 

큐쿄린교회 내부 예배당

큐쿄린교회는 노후된데다가 보존해야 할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더 이상 예배를 행할 수 없었습니다. 

예배를 위한 새로운 교회를 필요로 하여 1985년 큐쿄린교회 바로 옆에 새로 교회를 짓고 쿄린교회라 명명했습니다. 두 교회의 구분을 위해 원래의 쿄린교회를 큐쿄린교회, 새로 지은 교회를 쿄린교회라 부릅니다. 외관과 내부 예배당은 35년이란 세월을 바다 바람을 맞으며 견디어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척 깨끗하고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숲속 오두막이 연상될 정도로 작고 소박한 모습입니다.

왼쪽 큐쿄린교회, 오른쪽 쿄린교회. 가운데는 관리사무실.
숲속 주차장에서 내려 걸어가야 합니다. 교회 가는 바다 옆 오솔길. 멀리 교회들이 보입니다.

친절하게 안내해 준 관리인 겸 해설사 (왼쪽). 낙도의 역사 문화재를 지키는 대견한 젊은이입니다. 격일로 후쿠에에서 출근하여 상주합니다. 교회들은 바다에 붙어 있어 거리가 10미터도 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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