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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28. 2023

재미있는 어원들 (4) - 감자, 고구마, 그리고 호박

감자와 고구마, 그리고 호박

다음은 감자가 일본어로 ‘쟈가이모ジゃガ芋가 된 사연입니다. ‘이모’는 뿌리 열매의 총칭이고, ‘쟈가’는 인도네시아를 지칭합니다. 예전 인도네시아의 이름이 쟈가타라였고 이 이름이 변하여 오늘날 수도 쟈카르타의 명칭이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습니다. 네덜란드는 16세기부터 일본과 교역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일본의 길고 굳건한 쇄국시대에도 네덜란드와의 교역만큼은 단절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규슈 서쪽 나가사키 앞바다에 데지마出島라는 인공섬을 만들어 서양인을 이곳에 거주시키며 한정된 교역만을 허용했습니다. 서양인 대다수는 네덜란드 상인들이었고 그들이 인도네시아, 당시 쟈가타라로부터 감자를 가지고 일본에 들어왔습니다. 쟈가타라에서 가져 온 뿌리 열매였던 것입니다. 쟈가타라의 ‘쟈가’에 뿌리 열매를 총칭하는 단어 ‘이모’를 붙여 쟈가+이모, 합하여 쟈가이모가 된 것입니다. 감자를 부르는 ‘쟈가타라이모’라는 말은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그럼 고구마를 지칭하는 사쓰마이모薩摩芋는 어디서 온 말일까요. 이 이모 역시 뿌리 열매의 총칭입니다. 사쓰마는 지금의 큐슈 최남단 가고시마현 지역인데 옛 지명이 사쓰마薩摩였습니다. 사쓰마번薩摩蕃은 페번치현廃藩置県(1871년 에도시대의 행정 구역 번을 없애고 (폐번廃藩) 메이지 신정부가 새 행정 구역으로 현을 설치함 (치현置県))으로 오늘날의 가고시마현鹿児島県이 되었습니다. 결국 고구마는 처음 사쓰마로 유입된 이모로 사쓰마+이모, 즉 사쓰마이모가 되었습니다. 

고구마가 일본에 처음 수입되어 경작을 시작한 곳이 사쓰마, 곧 지금의 가고시마라는 사실에 근거한 설입니다. 지금도 큐슈 각지에서 광범위하게 고구마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고, 소주나 아이스크림 같은 파생 제품도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고구마에 얽힌 에피소드에 서양인으로 최초의 사무라이가 된 미우라 안진三浦按針(영국인. 본명은 윌리엄 아담스William Adams)이 등장합니다. 미우라는 가고시마에서 얻은 고구마를 큐슈 북서부 히라도平戶의 영국 상관장商館長 리처드 콕스Richard cocks에게 전했고 리처드 콕스는 이를 농민들에게 보급시켜 큐슈 북서부에서도 본격적으로 고구마 경작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에피소드입니다. 

출처 : 네이버


한편 호박은 일본어로 카보차カボチャ라고 하는데 이는 캄보디아Cambodia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과 무역 거래가 있었던 포루투갈은 캄보디아를 캄보자Camboja라고 불렀고, 포루투갈 상인들이 캄보자로부터 호박을 가지고 일본에 들어왔습니다. 일본은 캄보자를 카보챠로 발음했고 ‘카보챠에서 온 박’이란 뜻으로 카보챠박カボチャ이라고 부르다가 뭐든지 간략하게 축소하는 일본식에 따라 박을 없애고 그냥 카보챠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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