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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30. 2023

고토열도 일주기 - 일본의 기독교 성지 답사기 (12)

에가미천주당 (江上天主堂)과 에가미마을 (江上集落)

불발된 에가미천주당 (江上天主堂)과 에가미마을 (江上集落) 답사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에가미천주당江上天主堂 견학 채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주인 할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옵니다. 태풍으로 인해 지금 출항하는 배를 마지막으로 언제 다시 출항할지 모른다는 주민 방송이 있었다는 긴박감으로 가득찬 목소리입니다. 예전 우리나라 농촌마을에 있었던 마을 스피커가 이 어촌마을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날씨에 민감한 섬마을이다 보니 신속한 상황 전파를 위해 주민 방송이 필요할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지금 여객선을 탈 것인지,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출항 재개까지 무한정 기다릴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에가미천주당을 방문하기 위해 바로 코 앞까지 왔는데 포기해야만 하는지, 아니면 악천후 속에 천주당을 보는 대신 언제 다시 출항할지도 모르는 여객선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 끝에 결국 전체 답사 일정을 고려해 여객선을 타기로 했습니다. 부랴부랴 서둘러 현관으로 나오니 무뚝뚝하던 주인 할아버지가 차를 대문에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몇초라도 시간을 줄일 요량인지 대문 앞에 정차시키고 차 문까지 미리 열어 놓았습니다. 차에 오르자마자 세찬 비바람을 뚫고 터미널로 향합니다. 승선과 동시에 여객선은 출발했습니다. 비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파도가 무척 큰 것으로 보아 걱정하던 태풍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루시마까지 갔으나 에가미천주당을 보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내지 소토메外海 지역 잠복 키리시탄의 고토열도로의 이주가 많았습니다. 일단 나루시마 부근의 무인도에서 생활하다가 나루시마로 들어와 섬 각지에 흩어져 살았습니다. 

잠복 키리시탄 4가족이 이주한 에가미江上 지역은 기존 주민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곳이고 바다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기존 주민들은 대부분 불교신자였습니다. 이주한 키리시탄들은 직접 땅을 일구어 밭으로 만들어 경작을 시작했습니다. 점차 농업과 어업을 주업으로 하며 마을을 형성해 나갔습니다. 이들은 가정내에서 비밀리에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다가 기독교 해금후 오무라번大村藩에서 이주해 온 키리시탄과 함께 예배당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낙도다 보니 교회 건축이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1906년 주민들의 헌금과 노동력으로 예배당을 지었고, 다시 1917년 테츠카와 요스케의 설계로 짓기 시작하여 1918년 완공했습니다. 대부분 주민들이 잡은 멸치를 팔아 얻은 수익에서 비용을 충당했다고 합니다. 

악천후로 직접 방문이 불발되어 이후의 에가미천주당 사진 자료는 고토시 제공 자료를 사용합니다. 

숲속에 자리잡은 에가미천주당江上天主堂입니다. 수줍은 시골 소녀가 연상됩니다. 소박한 모습입니다. 

일본의 목조 성당 건물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높은 교회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2018년 에가미천주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에가미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교회 정면에 ‘에가미’를 생략하고 ‘천주당’으로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부근에 용천수가 분출되는 숲속에 위치한 관계로 습기에 의한 훼손을 방지하고자 지면에서 띄워 건물을 올렸습니다. 통풍구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에가미마을 대부분의 가옥들은 이와 같이 건물을 띄운 형태로 지면 습기를 방지했습니다. 

천주당 내부 예배당
주목의 내부 기둥과 꽃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에가미 잠복 키리시탄 마을입니다. 이주해온 잠복 키리시탄들은 이주 초기 기존 마을주민들과 멀리 떨어져 살았으나 후에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주민들과 함께 같은 마을에 살게 되었습니다. 앞에 바다가 있고 뒤에는 큰 계곡이 있습니다. 만 형태의 지형입니다

1961년 에가미마을
1975년 에가미소학교 (초등학교)

에가미천주당과 함께 나루시마의 기독교 신앙을 든든히 지켜온 나루교회奈留敎會입니다. 에가미마을에 에가미천주당이 세워졌고, 슈쿠와宿輪마을의 키리시탄들은 1926년 나루교회를 세웠습니다. 1959년 태풍으로 완전 소실의 위기에 처하자 기존 교회를 해체하고 1961년 새로운 교회를 건축했습니다. 오늘의 교회는 1961년 완공된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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