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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30. 2023

고토열도 일주기 - 일본의 기독교 성지 답사기 (13)

고행의 길 – 와카마쓰시마를 관통하여 나카토리시마로, 오지카시마까지

고행의 길 – 

와카마쓰시마(若松島)를 관통하여 나카토리시마(中通島)로

 

나루시마에서 간발의 차로 승선한 여객선은 바다를 건너 와카마쓰若松 페리터미널에 도착한 후 결국 태풍으로 인해 다시 출항하지 못하고 정박했습니다. 오늘 목표는 나카토리시마中通島 신카미고토新上五島의 아리카와有川, 욕심내면 오지카시마小値賀島까지인데 태풍으로인해 어찌 될지 모릅니다. 원래 일정은 나루시마에서 직접 나카토리시마 아리카와로 이동하는 것인데 태풍으로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당초 계획에도 없던 중간의 와카마쓰로 온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으로 와카마쓰시마와 나카토리시마는 다리로 연결되어 육로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다리가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와카마쓰시마에서 발이 묶일 뻔했습니다.

나카토리시마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2개 구성 자산중 하나인 카시라카지마천주당頭ヶ島天主堂과 잠복 키리시탄 마을이 있어 필수 답사지입니다. 나카토리시마 아리카와항에서는 다음 목적지 오지카시마까지 여객선으로 연결됩니다. 이제는 와카마쓰시마에서 바다를 건너 나카토리시마로 가야 하고, 또 바 다를 건너 오지카시마로 가야 합니다. 나카토리시마에서는 카시라카지마천주당을 답사해야 합니다. 


태풍속에 겨우 도착한 와카마쓰 역시 태풍의 영향으로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우산은 무용지물이고 시야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세찬 비바람 속 그렇지 않아도 버거운 일정인데 태풍으로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와카마쓰 페리터미널에서 노선버스를 탔습니다. 다행히 대중교통편은 여객선과 노선버스간, 각각 행선지가 다른 노선버스와 노선버스간 시간을 맞추어 연계시켜 놓아 대기 시간이 짧습니다. 여행자에겐 시간 손실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는 효율적인 시간표입니다. 그칠줄 모르는 비바람 속에 세번이나 노선 버스를 갈아타며 와카마쓰若松->시로우오白魚->오가타靑方->아리카와有川 순으로 이동 했습니다. 태풍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루시마에서 여객선으로 편안히 올 수 있었던 아리카와를 정말 고생에 고생을 거듭해 겨우 닿았습니다. 세찬 비바람이 그치질 않아 온몸이 흠뻑 젖었습니다. 모두 자청한 고생이고 고행입니다. 

와카마쓰시마는 나카토리시마와 별개의 섬인데 거리가 길지 않아 시로우오까지 해상 다리로 연결되어 버스 이동이 가능합니다. 잠시나마 태풍 속에 바다 위를  건너니 무섭기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1차 목적지 아리카와까지 왔습니다. 아리카와 페리터미널에 하차하니 일단 안도의 한숨부터 나옵니다. 이동하는 중 비도 많이 잦아 들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밖을 바라보니 교회가 정말 많이 보였습니다. 큰 대형교회는 보이지 않고 오밀조밀한 작은 교회가 많습니다. 물론 교회 건물보다는 신앙을 지켜온 키리시탄의 믿음이 더욱 중요하지만.   

와카마쓰시마若松島와 나카토리시마中通島를 연결하는 와카마쓰대교若松大橋. 13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1991년 완공된 522미터 길이의 해상 교량입니다.  (신카미고토정 제공 자료)

아래부터 위로 이동했습니다. 차례로 나루시마항, 와카마쓰항, 시로우오, 아오가타, 아리카와, 카시라카지마천주당.

위 네모칸부터 아래로 오지카시마, 노자키시마, 쓰와자키, 카시라카지마천주당.



친절한 안내소 직원의 도움으로 오지카시마(小値賀)까지

 

아리카와 페리터미널에 도착하여 관광안내소부터 찾았습니다. 다음 목적지 오지카시마小値賀까지의 이동편을 알아보니 예상대로 태풍으로 인해 여객선 운항 전면 중지라고 합니다. 천재지변이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아리카와에서 발이 묶여 버리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고 맙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안내소 직원에게 정말 다른 방법은 없겠는지 알아봐 달라 부탁해 보았습니다. ‘안될건데...’라 말하는 듯한 표정의 안내소 직원은 해상海上택시도 운항 중지인지 한번 알아나 보겠다며 어딘가 전화를 해보더니 연한 미소를 지으며 오후 한차례 운항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줍니다. 중대형 여객선이 운항 중지인데 작은 해상택시가 운항 한다니 좀 의아스럽기는 했지만 안전 강국 일본을 믿고 과감히 타보기로 했습니다. 오지카시마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 왔습니다. 


일반 택시로 나카토리시마의 최북단 쓰와자키津和崎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해상택시를 타는 방법입니다. 지도를 보니 아라카와 페리터미널에서 만만치 않은 거리입니다. 어떻게 할거냐는 안내소 직원 스즈키鈴木씨의 질문에 오지카시마까지 가겠다는 대답과 함께 아예 필요한 부분까지 예약을 부탁해 보았습니다. 스즈키씨는 아리카와 페리터미널에서 카시라카지마천주당까지의 택시, 페리터미널에서 해상택시 출발지 쓰와자키까지의 택시, 쓰와자키에서 오지카시마까지의 해상택시 등 교통편 모두를 예약해 주었습니다. 어차피 큰 도움받았으니 내친 김에 안면몰수하고 오지카시마의 숙소 예약도 부탁했습니다. 오지카 페리터미널 주변에 민숙民宿이 많이 있다며 안내자료를 보여주며 정해보라고 합니다. 깔끔해 보이는 외관의 민숙으로 정했습니다. 

안내와 예약에 정말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스즈키씨입니다. 악천후 속 분투하며 흠뻑 젖은 외국인 여행객이라 불쌍해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연신 미안하고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하자 스즈키씨는 여행자를 돕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며 웃음으로 대답합니다. 일이라고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잘 해준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다급한 나머지 뻔뻔해졌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아리카와의 스즈키씨는 후쿠에의 나카무라씨와 함께 이번 답사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직원입니다. 


쓰와자키까지의 택시비는 1,050엔, 해상택시로 오지카항까지도 1,050엔이라고 합니다. 교통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이동 거리를 감안하면 이해가지 않는 저렴한 요금입니다. 모든 예약을 완료하고나니 든든해졌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미 대기중인 택시를 타고 카시라카지마천주당으로 향했습니다. 

카시라카지마교회는 아리카와 페리터미널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습니다. 렌터카가 아니라면 택시가 가장 효율적인 이동 수단입니다. 버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를 답사하고 해상택시를 타야 하기에 무엇보다도 시간이 중요했습니다. 그나마 해상택시마저 끊긴다면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택시, 렌터카, 버스, 자전거 어느 수단으로 이동하던 교회까지 직접 갈 수는 없고 환승 주차장에 하차하여 천주당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로 갈아타야 합니다. 천주당까지는 일반 차량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카스라카지마는 나카토리시마에서 떨어진 별개의 섬인데 카스라카대교頭ヶ大橋로 연결되어 육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정신없이 이동하다 보니 점심조차 먹지 못했습니다. 신카미고토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우동의 고장인데 제대로 맛보고 오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아리카와항에서 바라본 신카미고토 풍경

버스 환승지 아오가타靑方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대합실입니다. 역시 교회가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수녀님이 많이 보였습니다. 아오가타 역시 페리터미널이 있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일반 버스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태풍으로 답사가 불발된 카미고토 와카마쓰시마 해상 바위섬에 있는 ‘키리시탄 동굴’ 입니다. 1868년 박해를 피해 도망온 키리시탄 4가족 8명이 3개월간 숨어 지낸 곳입니다. 모닥불이 발견되는 바람에 발각되어 체포된 후 심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동굴 내부는 의외로 넓어 사람이 짧은 기간 거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패키지나 해상택시를 이용해 갈 수 있으며 상륙도 가능하지만 태풍으로 인해 방문할 수 없었던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1967년 높이 4미터의 십자가와 3.6미터의 예수상이 세워지고 그 앞에서 년 1회 예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토시 제공 자료)

키리시탄 동굴 옆에 있는 ‘하리노멘도 針の穴(ハリノメンド). ‘하리’는 바늘이란 뚯이고 ‘멘도’는 고토 방언으로 구멍을 뜻하니 하리노멘도는 ‘바늘 구멍’이란 뜻이 됩니다. 구멍의 형태가 아기 예수를 안고 서있는 성모 마리아를 닮았다고 하여 해상 기도가 많이 올려진다고 합니다.  (고토시 제공 자료)

하리노멘도와 키리시탄 동굴앞 예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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