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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07. 2023

고토열도 일주기 - 일본의 기독교 성지 답사기 (1)

들어가며

고토열도 일주기 - 일본의 기독교 성지 답사기 (3)

‘고토렛토五島列島’라 불리는 오도열도는 일본 큐슈九州 최서단最西端 위치한 낙도落島로, 크게 ‘카미고토上五島’라 불리는 ‘나카토리시마中通島’와, ‘시모고토下五島’라 불리는 ‘후쿠에시마福江島’를 중심으로 140여개의 유·무인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편의상 고토렛토를 ‘고토열도’라 부르기로 합니다. 나가사키시長崎市에서 서쪽으로 100km가량 떨어져 있는 낙도로 행정구역상 나가사키현長崎県에 속합니다. 어업과 농업이 주업이며 관광업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으나 대표적인 일본 기독교 성지답게 순례자의 발길은 끊이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풍부한 어족 자원으로 관광객과 낚시객들이 찾기도 하지만 역시 많은 수의 입도객入島客은 성지 순례나 답사를 목적으로 오는 여행객입니다. 필자 역시 고토열도가 기독교 성지가 아니었다면 굳이 찾아갈 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에 기독교 종교전쟁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갖게되어 전쟁의 현장과 성지를 찾아 다섯 차례 답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기록을 정리하여 ‘기독교왕국을 꿈꾼 사무라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그 책에서는 나가사키현長崎県과 구마모토현熊本에 산재해 있는 기독교의 성지들과, 시마바라島原, 아마쿠사天草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기독교 전쟁 ‘시마바라 · 아마쿠사의 난島原· 天草の亂’의 현장 답사를 기록했습니다. 아쉽게 앞의 책에서는 일본의 기독교 성지 1번지라 불리는 고토열도를 미처 기술하지 못해 고토열도만을 별도로 구분하여 답사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일본 기독교 성지가 밀집되어 있는 큐슈 서부지역. 파란점이 야마구치, 빨간점이 가고시마.

1549년 스페인 출신의 프란치스코 자비에르Francisco Xavier.1506~1552신부의 가고시마鹿児島 상륙으로 일본에 전파된 기독교는 전래 -> 확산 -> 금교 -> 박해와 순교 -> 잠복 -> 부활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 포함 300년 넘게 벌어진 박해와 순교, 잠복은 일본만의 독자적인 기독교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일본만의 고유한 기독교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은 나가사키현의 많은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에는 열두곳이 중심이 되었는데 그중 네곳이 고토열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 낙도가 어떻게 일본 기독교 성지 1번지로 불리우게 되었을까요? 이 낙도에 교회와 키리시탄 (크리스천의 일본식 발음)이 왜 이리 많은 걸까요? 


일본에서 가장 교회가 많은 지역, 가장 많은 키리시탄이 있는 지역이 고토열도입니다. 비공식적으로 30%라는 경이적인 기독교 신자율을 보이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2016년 카톨릭 기준 일본 0.3%, 나가사키현 4.4%, 고토열도 14.5%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30%라는 수치는 고토열도 답사 여행중 복수의 해설사로부터 들은 수치인데, 편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조사 방법과 회답의 해석 때문일 것이라고 합니다) 1% 미만 수준으로 알려진 일본의 전체 기독교인 비율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수 없습니다. 

에도시대 키리시탄에게 가해진 가혹한 박해가 고토열도를 기독교 성지화 시켰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시대인 1587년 이미 금교 조치를 받은 기독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개국한 에도시대에 단순한 금교를 넘어 가혹한 탄압과 박해를 받게 되고, 처벌은 곧 사형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박해를 피해 키리시탄은 키리시탄이 아닌 척하며 음지에서 기독교 신앙을 세습하며 유지했고, 일부는 아예 멀리 떨어진 낙도로 이주하여 그들만의 신앙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갔습니다. 고토열도가 바로 그런 피난처의 대표적인 낙도입니다.  고토열도에서조차 키리시탄으로 적발되면 처벌을 받았고 심한 경우 참수까지 당하기도 했습니다.


고토열도로 이주해 온 키리시탄은 정착하는 마을마다 교회를 세워 나카토리시마中通島에만 40개가 넘는 교회가 생겨났습니다. 고토열도에 있는 네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노자키시마野崎島의 노자키교회와 잠복 마을터, 나루시마奈留島의 에가미江上천주당과 잠복 마을터, 히사가시마久賀島의 큐코린旧五輪천주당과 잠복 마을터, 그리고 카시라카시마頭ヶ島의 카시라카천주당과 잠복 마을터입니다. 사세보佐世保에서 가까운 쿠로시마黑島의 쿠로시마黑島교회와 잠복 마을터까지 더 하면 이 지역의 세계문화유산은 무려 다섯곳에 이릅니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일본 기독교의 성지를 답사했습니다. 성지를 직접 찾아가 현지에서 보고 들으며 일본 기독교 역사를 통해 일본을 이해해 보고자 했습니다. 일본의 성지는 크게 순교지 (박해의 현장), 교회 (건축), 기독교 전쟁의 흔적 (전쟁터, 유물)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나가사키현에 집중되어 있고 쿠마모토현에도 있습니다. 일본은 이들 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성지중 12곳을 선정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고, 유네스코는 일본만의 독자적인 기독교 역사와 문화,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습니다. 다섯번에 걸친 성지 답사는 이 12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2곳의 명칭과 위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마쿠사市만 쿠마모토현이고 나머지 11곳은 나가사키현입니다. 


나가사키市 (3곳) : 오우라천주당, 시츠마을, 오노마을 

사세보市 (1곳)  : 쿠로시마마을

히라도市 (2곳)  : 나카에노시마, 카스가마을 

마나미시마바라市 (1곳) : 하라성터 

아마쿠사市 (1곳) : 사키츠마을 

고토열도 (4곳)  : 노자키마을, 에가미마을, 히사가시마마을, 카시라가시마마을

고토열도五島列島는 이름 그대로 다섯개의 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군도群島입니다. 남쪽부터 후쿠에시마福江島, 히사가시마久賀島, 나루시마奈留島, 와카마쓰시마若松島, 나카토리시마中通島 등 다섯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약 140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나가사키현長崎県고토시五島市, 신카미고토초新上五島町에 해당합니다. 

열도 전체가 사이카이西海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나루시마부터 남쪽을 시모고토下五島, 와카마츠시마부터 북쪽을 카미고토上五島 라 부릅니다. 구글맵 제공 자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기독교 성지 12개 장소. 일본만의 독자적인 형태의 기독교 전승으로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아마쿠사 사키쓰마을만 쿠마모토현이고 나머지 11곳은 나가사키현입니다. 소토메의 2개 마을과 오우라천주당, 하라성터를 제외한 7곳은 모두 섬입니다.  

이번 고토열도 일주는 에가미마을, 카스라가마을 2곳의 세계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열도에 산재해 있는 기독교 성지를 찾아가 보는 일정이었습니다. (히라도시 제공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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