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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12. 2023

고토열도 일주기 - 일본의 기독교 성지 답사기 (3)

출발은 후쿠에(福江)로 부터

인천공항에서 첫 비행기를 탑승한 관계로 후쿠오카福岡에 이른 오전에 도착 했습니다. 이동하는 날이 마침 일요일이어서 교회부터 찾았습니다. 출국전 한국에서 미리 알아본 ‘후쿠오카 한인교회’를 찾아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텐진天神에 하차해서 20분 정도 걸으니 한인교회가 보였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후 커피 한잔 대접받고 고토열도향 여객선이 출발하는 하카타博多 부두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부두는 교회에서 도보 2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고토열도 후쿠에福江향 여객선이 출발하는 하카타부두는 제2터미널입니다. 교회와 부두 모두 후쿠오카의 중심지 텐진에서 접근이 용이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어 여객선 출항 상황을 미리 확인해 보고자 교회에서 곧장 페리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밤 11시45분에 출발하는 여객선이라 승선권 판매 창구는 낮 시간에는 닫혀 있고 저녁 8시나 되어야 발권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시간 여유가 많아 페리터미널 인근을 둘러보았습니다. 하카타부두 제2터미널 바로 앞에 베이사이드 플레이스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해산물을 주로 파는 재래식 시장과 레스토랑, 카페가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온천 ‘미나토노온센나미하노유港の温泉浪波葉の湯’도 있습니다. 페리터미널은 후쿠오카 시내에 해당하는 곳인데 제대로 된 온천이 시내에 있으니 시민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혜택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느덧 저녁이 찾아왔습니다. 온천장 바로 옆에 있는 페리터미널로 가니 발권 창구가 열려 있습니다. 간단한 승선 서류를 작성하고 승선권을 구매했습니다. 목적지가 같더라도 객실 등급에 따라 요금은 당연히 다릅니다. 이용한 객실은 그린Green실, 목적지는 종착지 후쿠에까지의 승선권을 구입했습니다. 기본 승선권 4,840엔에 그린 객실료 2,100엔을 더해 합 6,940엔을 지불했습니다. 야간 여객선이 좋은 점은 이동 시간이 숙박을 겸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6,940엔이면 도시의 비즈니스 호텔 숙박료의 절반 수준이고, 1박으로 이동하며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 맞추어 승선했습니다.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승선객 신원을 확인한 후 직접 지정 객실까지 안내해 줍니다. 그린실은 캡슐호텔 형태입니다. 혼자만의 공간은 확보되나 공간이 무척 좁아 정말 딱 1인 전용입니다. 눕고 나면 잔여 공간이 전혀 없을 정도입니다. 대형 여객선이니 좀 더 넓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내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공용 공간이 있고 다양한 제품을 파는 자판기가 많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별도 식당은 없다고 들어서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하고 승선했습니다. 불편한 객실에 잠을 자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쉽게 잠이 들고 숙면을 취했습니다. 우쿠宇久, 오지카小値賀, 아오가타靑方, 나루奈留에서의 중간 기착도 모른 채 후쿠에에 다다를 즈음에야 눈을 떴습니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일기 예보에 내심 걱정하고 출발했는데 후쿠에항에 도착하고나니 정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고토열도 일주에 태풍과 비는 내내 필자를 괴롭혔습니다.

하선 절차를 마치고 후쿠에 페리터미널로 들어왔습니다. 관광안내소를 찾아 지역 안내 팜플렛을 챙긴 뒤 안내소 직원의 도움을 받아 호텔 예약부터 먼저 했습니다. 이번 답사 여행에서는 기간 전체의 숙박을 사전에 예약하지 않았습니다. 일정 변경 발생을 우려하여 당일과 다음날의 숙박만 예약해 결국 매일 다음 행선지의 호텔을 예약하는 식이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매우 주효했습니다. 태풍으로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날은 관광안내소 직원에게 추천받은 호텔로 예약했는데 가격과 시설이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다. 호텔 예약을 마치니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후쿠에시마를 일주할 차량을 빌리러 렌트카 창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난처하게도 준비해 온 국제 면허증으로는 차량 렌트가 불가하고 반드시 일본 운전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수차례 렌트카를 이용해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난감했습니다.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였는지 옆에서 계속 지켜보던 옆 창구의 여행사 직원이 시내에 있는 토요타 렌트카는 국제 면허증을 인정해 줄 수도 있으니 알아봐 주겠다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당연히 부탁한다고 하자 어딘가와 잠시 통화를 하더니 다행히 이곳은 국제 면허 증이 인정된다고 알려줍니다. 이 여행사 직원은 후쿠에에서 정말 많이 필자를 도와주었는데 나카무라中村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 직원입니다. 오래지 않아 토요타 렌트카 직원은 빗속을 뚫고 페리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픽업 서비스를 받아 사무실로 같이 이동한 다음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차를 인수받았습니다. 후쿠에시마는 예상외로 큰 섬이어서 자전거나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돌아보기가 불가능에 가까워 렌트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렌트카 직원에게 오늘 답사할 코스를 이야기하니 지도에 목적지의 위치, 가는 길, 예상 소요 시간을 표시해 가며 상세히 설명해 줍니다. 곰이나 원숭이는 없으나 멧돼지가 많으니 주의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길을 표시해 주며 돌아가더라도 이 길은 피하라고 알려줍니다. 다행히 필수 아이템인 네비게이션이 제공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유서 깊은 카톨릭 도자키천주당 堂崎天主堂입니다. 


고토열도 남쪽의 섬 후쿠에시마입니다. 시모고토下五島 지역입니다. 후쿠에시마의 항구가 있는 시내는 고토열도의 수도에 해당합니다. 위 지도의 파란 점은 후쿠에 페리터미널인데 이 곳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구글맵 지도)


노모상선野母商船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하카타-고토열도 왕복 정기 여객선 ‘타이코’의 항해 루트입니다. 하카타博多를 출발하여 우쿠宇久, 오지카小値賀, 아오가타靑方, 나루奈留에 중간 기착하며 후쿠에福江를 종착지로 합니다. 후쿠에를 출발하는 하카타향은 그 반대 방향입니다.

하카타 출발선은 밤 11시45분에 출발, 심야에 이동하여 후쿠에에 아침 8시15분에 도착하며, 후쿠에 출발선은 주간에 이동하여 후쿠에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하여 오후 5시50분 하카타항에 도착합니다.

후쿠오카는 큐슈의 수도에 해당하는 곳이고 하카타는 후쿠오카의 별칭입니다. 후쿠오카와 하카타는 원래 별개의 지역이었으나 메이지시대에 합병하여 하나의 도시로 되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는 정작 후쿠오카라는 이름보다 하카타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큐슈의 관문 후쿠오카역의 이름도 후쿠오카역이 아닌 하카타역입니다. 

하카타와 후쿠에를 연결하는 노모상선의 타이코호. 이 여객선을 이용해 고토열도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승선하면 직원이 맞아줍니다. 승선권을 확인한 후 개별실인 그린석 이상은 객실까지 직접 안내해 줍니다. 깨끗하고 깔끔해서 호텔이 연상될 정도였습니다. 


여객선 내부는 무척 깨끗하고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린 침실. 캡슐 형태 침실이 2개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식당이 없는 대신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자동판매기가 많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심야 항해 끝에 종착지 후쿠에에 닿았습니다. 하선 직전 여객선에서 바라본 후쿠에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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