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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Feb 06. 2023

차별 이야기 하나 더 - 카스트 제도

인도의 신분 이야기

지난번에 차별적인 용어 '부락'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만, 차별에 대한 얘기가 나온 만큼 차별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바로 인도의 카스트제도 이야기입니다.


필자가 장기간 거주했던 인도 역시 신분 제도로 유명합니다. 힌두 성직자가 속한 브라흐만Brahman을 비롯, 크샤트리아Ksatriya(왕족,무사), 바이샤Vaiśya(상인), 수드라Sudra(그외 일반인)로 구성된 카스트Caste제도는 법적으로는 사라졌지만 현대에도 엄연히 작동하는 신분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수드라까지는 카스트 계급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이들 밑에 달리트Dalit, 하리잔Harijan, 언터처블untouchable이라 부르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 있습니다. 닿으면 불결이 옮으니 닿지 말라는 모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계급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예정된 카스트Scheduled caste’라고도 하는데 이는 ‘지금은 카스트 신분 안에 들어오지 못하지만 선을 쌓아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는 예비군’이란 의미입니다. 최하층중의 최하층 신분인 이 신분은 국민 다수가 속한 수드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무서운 지배 이데올로기입니다. ‘수드라! 너희보다도 못한 언터처블이 있다’는 식입니다. 


사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피부색에 따라 직업을 정한 것을 기원으로 한다는 설이 정론이라고 합니다. 오래전 중앙 아시아에서 내려온 백인 계통의 아리안 인종이 인도 북서부을 장악하며 수를 늘렸고 토착민에 해당하는 드라비다 인종과 공존했습니다. 지배층은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피부색으로 직업을 강제했으며 직업은 곧 계급으로 연결되며 세습되었습니다. 크게 4가지의 카스트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그 내부를 또 분류하면 무려 196개의 세부 카스트가 있다고 합니다.


언터처블 역시 예전에는 에타와 히닌 같이 청소, 세탁, 사체 처리와 도살, 동물 해체 같은 험한 일을 담당했었습니다.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현대 민주주의가 도입되다 보니 돈이 곧 신분이 되면서 전통적인 카스트 계급 체계가 많이 퇴색되었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부자 언터처블이 가난한 브라흐만을 운전 기사로 고용한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차별 철폐를 위해 학생이나 공무원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정원을 할당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관청 같은 조직에 들어가도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차별과 싸워야 합니다. 힘든 상황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몇 곱절의 노력을 해야 하고, 필사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실력은 매우 강한 경쟁력을 갖습니다. 그래서 실제 언터터블로 대통령까지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람 나트 코윈드, 더욱이 여성으로 대통령이 된 드라우파디 무르무 같은 사람이 이들입니다. 이름은 몰라도 불가촉 천민이 대통령이 됬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이 카스트제도는 현재에도 여전히 작동중입니다. 특히 관혼상제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강하게 작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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