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알고 가자, 일본! (4) - 바다의 카미카제 카이텐
‘자살 특공대’로 알려진 카미카제특공대神風特攻隊는 유명합니다. 전대미문의 자살 공격으로 출현 초기엔 공포와 경악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미군함에 어느 정도의 피해도 입혔습니다. 하늘에 카미카제가 있었다면 바다밑에는 카이텐回天이 있었습니다. ‘인간 어뢰’로 불리며 탄두를 장착한 잠수정으로 미 군함의 밑바닥을 공격하여 침몰시키는 것이 임무였습니다. 다만 카미카제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은 성공률이 워낙 낮아 미군에 피해를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가을 카이텐의 기지가 있었던 야마구치현山口県 오즈시마大津島를 다녀왔습니다. 오즈시마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슈난시周南市의 도쿠야마徳山까지 이동하여 여객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도쿠야마는 서쪽으로 야마구치市와 동쪽으로 히로시마현広島県과 연결됩니다. 오즈시마는 도쿠야마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는, 육지에서 10Km 떨어진 가까운 섬입니다.
평화로운 섬마을에 무시무시한 자살 어뢰의 훈련 기지가 있었습니다. 훈련 기지의 시설 일부가 남아있고, 자료관으로 카이텐기념관이 있습니다. 카이텐의 훈련 기지는 전국에 모두 4개소가 있었는데 오즈시마 기지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기지였습니다. 카이텐의 시설이 남아 있는 유일한 기지로 카이텐의 흔적을 직접 볼수 있는 단 한곳의 장소입니다. 기지 시설 대부분 철거되고 부지는 학교의 운동장 등으로 변해 있지만 몇 곳의 시설은 남아있습니다.
훈련 기지의 전신은 1937년 개설된 어뢰 발사 시험 시설로 전쟁을 위한 고성능 어뢰 실험장이었습니다. 현재 카이텐의 심볼로 남아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1939년 건설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카이텐만의 전용 훈련 기지는 태평양전쟁의 막판인 1944년 9월 개설되어 운용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다양한 어뢰의 시험을 위한 시설이었습니다. 다음달인 10월에는 육군에서 카미카제 특공기 ‘하야부사’를 출격시켰고 11월에는 해군에서 ‘제로센’을 출격시켰습니다. 전운이 기울자 20세 전후의 젊은이들을 하늘로, 바다로 자살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실전 투입을 위한 훈련이 시작되자 카이텐은 해저라는 특수 환경으로 훈련생이 계속 죽어나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작전 수행도 못하고 무위로 끝나게 됩니다. 카이텐은 15미터 길이의 잠수정으로 선두에 폭탄을 장착하고 정확한 타격을 위하여 사람이 직접 승선하여 수동으로 조종하는 형태였습니다. 잔인하게도 출입구는 외부에서만 열수 있도록 설계되어 선내 비상 상황이 발생해도 승조원은 자체적으로 탈출이 불가능했습니다. 설사 내부에서 열수 있다하더라도 일단 해저로 들어가면 수압으로 인해 여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카이텐 승선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잠수함에 카이텐을 탑재하여 적 근처까지 접근한뒤 카이텐을 분리시켜 개별 작동을 하게 하고 잠수함은 안전한 기지로 되돌아오는 작전이었지만 대부분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오즈시마에서의 카이텐 견학물은 해안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 (잠수정 수중 훈련용), 카이텐 운반용 터널, 카이텐 정비 공장터, 그리고 카이텐 기념관입니다. 기념관에는 카이텐을 비롯한 많은 전시물이 있고, 희생된 젊은이들의 사진과 기록물이 있습니다. 여느 전쟁 관련 기념관처럼 이곳의 주제는 ‘평화’입니다.
참고로 카이텐을 소재로 영화로 만든 작품이 있습니다. 2006년에 개봉된 ‘출구없는 바다出口のない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