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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Nov 28. 2023

새우 한 마리의 오모테나시

이 정도는 알고 가자, 일본 (5) - 과할 정도의 배려심?

일본을 표현하는 수많은 용어 중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원래 있는 단어지만 일본이 2020 도쿄 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용어로 강력한 임팩트를 주며 일본의 ‘올해의 유행어’로도 선정된 용어입니다. ‘환대歡待’라는 단어로 단순 번역되지만 실은 환대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극진한 최고의 대접’, ‘손님의 예상 요구까지 미리 파악하여 완벽하게 준비하는 대접’ 수준의 환대입니다. 


2013년 IOC (국제 올림픽 위원회)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의 프리젠터로 나온 미모의 여성 아나운서 타키가와 크리스텔滝川クリステル 이 ‘일본은 세계에서 오시는 손님을 지극한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일본어로 오모테나시라고 합니다. 사심과 욕심 없이 진심으로 환대한다는 뜻입니다’라고 유치 연설을 했는데 오모테나시를 액센트 강하게 한글자씩  또박또박 발음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프리젠테이션은 타키가와의 제2 모국어인 프링스어로 진행 되었습니다. 출처는 유투브입니다.

타키가와 크리스텔은 아버지가 프랑스인, 어머니가 일본인인 일본인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일본수상의 며느리이자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 小泉進次郎의 아내이기도 합니다. 신지로 역시 유력 정치인으로 크리스텔은 언젠가 일본의 퍼스트 레이디가 될지도 모릅니다. 부부동성夫婦同姓의 호적법에 따라 지금은 고이즈미 크리스텔小泉クリステル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 TV 뉴스 방송을 캡쳐한 결혼 발표 뉴스입니다. 출처는 구글입니다.

오모테나시는 2016년 브라질 올림픽 폐회식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수상이 차기 올림픽 개최지의 대표로 올림픽기를 이어 받으며 다시 한번 사용되었습니다. 전통 료칸旅館에서 기원했다는 설, 다도茶道에서 기원했다는 설, 가이세키요리会席料理에서 기원했다는 설 등의 기원설이 있으나 어느 기원이든 ‘정과 성을 다하는 극진한 대접’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올림픽 페회식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수상이 슈퍼 마리오 코스플레를하고 깜짝 등장했습니다. 

   이번달 상순 수년만에 도쿄를 방문했습니다. 도쿄의 30년 지기 지인이 올초에 암 수술을 받았다고 하여 안부 인사차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80세를 목전에 둔 분으로 예상보다는 양호한 건강 상태로 일상 생활에도 별다른 문제나 불편은 없어 보여 다행이었습니다. 일본 체류 시절 많은 도움을 주셨고, 심지어 지금도 도움을 주고 계신 고마운 분입니다. 도쿄에 갈 때마다 항상 반가워하며 환대해 주었습니다.

 

방문 마지막 날 미슐랭 인증을 받은 고급 튀김집天浮羅屋.덴푸라야 후카쵸深町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도쿄의 번화가 긴자銀座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식당으로 전 좌석이라야 9명 수준으로 100% 예약제로 운용되고 있으며 예약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ㄷ자 형태의 테이블에 손님이 일렬로 앉아 있으면 가운데 공간의 주방에서 즉석에서 튀김을 만들어 손님의 접시에 올려주는 형식이었습니다. 한번에 한두개씩 접시에 놓아주며 다양한 튀김을 코스로 내어 주었습니다. 식당 자체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나 요리사는 도쿄의 고급 식당에서 튀김을 담당한 장인으로 지금의 식당은 그의 아들 두명과 함께 운용하고 있습니다. 아들조차 벌써 장인의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튀김이 코스로 서빙되는 가운데 새우 튀김이 접시에 올려졌습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새우를 보고 있는데 새우의 꼬리 방향이 필자의 것은 오른쪽에, 지인 것은 왼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놓은 방향을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본인이 왼손잡이라 주인이 꼬리를 왼쪽에 놓았다고 얘기합니다. (30년을 알고 지내왔지만 왼손잡이라는 사실은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새우 튀김은 대게 젓가락으로 꼬리 부분을 잡고 몸통부터 먹게 됩니다. 요리사는 지인이 왼손잡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편의를 위해 꼬리 부분을 왼쪽으로 놓았던 것입니다. 지인은 이 식당의 오랜 고객으로 요리사와도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합니다.   

정말 너무나도 사소한 것이고 새우 방향 돌려 집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튀김 하나 놓는 것까지 손님 맞춤형으로 놓는 것을 보고 내심 탄복했습니다.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냥 예쁘게 놓으면 되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소한 하나까지 손님을 배려하는 그들의 모습에 놀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오모테나시’를 눈으로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편 긴자에서 어슬렁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긴부라銀ぶら라고 합니다. 긴부라의 긴은 긴자銀座의 머릿 글자고 부라는 부라부라ぶらぶら(어슬렁 어슬렁, 빈둥빈둥)에서 왔습니다. ‘긴부라 하다가 덴푸라를 먹었다’라는 언어 유희도 듣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류의 언어 유희를 다자레だじゃれ.駄洒落라고 부릅니다. 

11월의 긴자 거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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