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알고 가자, 일본 (6)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표현 ‘남남북녀南男北女’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지역 구분을 대개 동서남북으로 하는 경향이 짙지만 한반도의 1.7배의 면적을 가진 일본은 대개 동서로 구분합니다. 그들 표현대로 일본은 좁고 긴細長い 지리적 형태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 북부, 중부, 남부 같은 표현이 있기는해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크게 동일본, 서일본으로 부르는데, 동일본은 북쪽에, 서일본은 남쪽에 위치하여 그냥 동서로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기차 여행중 자주 접하게 되는 ‘JR 히가시닛뽄東日本’의 히가시닛뽄이란 글자 그대로 동일본을 뜻합니다.
아즈마東 지역은 오늘날의 도쿄東京라 부르는 에도江戸를 중심으로 한 간토關東지방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교토京都를 기준으로 동쪽을 일컫기도 합니다. 오토코男는 글자 그대로 남자라는 뜻입니다. 결국 아즈마오토코東男는 ‘간토의 남자, 직접적으로 '도쿄의 남자' ’라는 뜻으로 멋있고 세련되며 잘생긴 남자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남쪽의 남자가 그렇다고 하여 남남南男이라 합니다.
우리의 북녀北女에 해당하는 말은 쿄京온나女입니다. 쿄는 일본의 오랜 수도인 쿄토를 가리킵니다. 가장 일본적인 정서가 살아 숨쉬고 있다 해서 흔히들 일본인 마음의 고향이라고도 합니다. 온나는 여자입니다. 그러니 쿄온나京女란 쿄토 여자를 가리킵니다. 예쁘고 기품 있으며 예의 바른 여자의 표상입니다. 쿄토 사투리를 쓰는 일본 여자를 보면 귀엽고 애교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외국인이인 필자가 듣기에도 그들의 말은 매우 예쁘게 들립니다) 그래서 ‘도쿄 남자에 교토 여자東男に京女’라는 표현이 생겼습니다. 이 조합은 최고의 조합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남남북녀에 비견됩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미인의 고장은 동북지방에 있는 아키타지역입니다. 일본에서 ‘미인’하면 나오는 첫 마디가 ‘아키타!’입니다)
애교란 말이 나왔으니 한가지 덧붙입니다. 외국인이 갖는 일본 여성에 대한 선입견중 하나가 ‘일본 여성은 애교가 많다’라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본은 어릴 때부터 상대방이 이야기에 ‘열심히 잘 듣고 있다’라는 의미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예의라고 배우며 성장합니다. 그래서 ‘아, 소우あ,そう(아, 그래?), 나루호도なるほど(과연), 소우데스네そうですね(그렇군요)’와 같은 말로 반응합니다. 경우에 따라 존경어와 겸양어를 적절히 구사하여 예의를 갖춥니다. 본인이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꼬박꼬박 반응을 보이면 말하는 사람도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구나’하고 느끼게 되며 많은 경우 유쾌해집니다. 하지만 이는 열심히 듣고 있다는 표현일 뿐입니다. 이러한 리액션을 아이즈치相槌라고 합니다.
여성의 경우는 기본적인 친절과 예의에 일본어 특유의 말투까지 더해져 외국인이 느낄 때 애교가 넘친다고 느껴지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일본 여성이 애교스럽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일본 사람들은 일본 여성이 애교스럽다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애교가 없다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예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일본에도 실제 애교가 있거나 의도적으로 애교 있는 척을 하는 여자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하게 애교있는 척을 하는 경우 애교있다라고 생각되기보다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내심 반감까지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한때 부릿꼬ぶりっこ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귀여운 ‘척’, 예쁜 ‘척’을 과하게 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부릿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버블 시대의 상징이라고도 불린 전설의 아이돌 가수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입니다. 유투브에 나와 있는 그녀의 신인 시절 무대를 보면 정말 과할 정도의 ‘척’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어 이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아직도 장년층은 그녀와 함께 했던 버블의 시대를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