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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13. 2023

고토열도 일주기 - 일본의 기독교 성지 답사기 (5)

카톨릭 미즈노우라교회 (カトリック水の浦 敎會)

도자키천주당을 출발하여 미즈노우라교회カトリック水の浦敎會로 향했습니다. 천주당을 벗어나자 바로 흰색의 교회가 눈에 들어와 잠시 들러 보았습니다. 우라토浦頭교회입니다.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로 고교회군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문도 닫혀 있는 데다가 외견으로 보아 그리 오래된 교회는 아닌 듯하여 외관만 보고 떠났습니다. 

미즈노우라교회로 가는 길, 비는 폭우로 바뀌어 더욱 세어져 무섭기까지 합니다. 여행 중에는 안전이 최우선, 주행을 포기하고 작은 건물의 주차장으로 피신해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립니다. 후쿠에 지도를 찾아 이동 루트를 확인하고 있는 사이 비가 잦아들어 다시 길을 떠납니다. 내비게이션의 맵 코드로 위치를 확인하고 달리다 보니 포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곧이어 언덕 위에서 미즈노우라 앞바다를 굽어보며 서있는 새하얀 색채가 눈부신 미즈노우라교회가 나옵니다.

 미즈노우라 지역의 키리시탄 역사는 1797년 규슈 서부 내륙의 오무라번大村蕃으로부터의 주민 이주 정책에 따라 불교 신자로 위장하여 입도해 들어온 잠복 키리시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조용히 소문이 퍼지면서 잠복 키리시탄이 모여들며 키리시탄 마을을 이루게 됩니다. 1873년 금교령이 폐지되자 미즈노우라교회는 그간 잠복해 있었던 키리시탄들에 의해 1880년 세워졌고, 노후화됨에 따라 1938년 테츠카와 요스케鉄川与助의 설계로 개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테츠카와는 일본 교회 건축의 독보적인 일인자로 나가사키 일대에 많은 교회와 사찰을 건축했습니다.  


위 사진은 이동 경로입니다. 왼쪽 위 빨깐 네모칸이 미즈노우라교회, 오른쪽 위부터 아래로 도자키교회, 우라토교회, 후쿠에항입니다. 중간과 아래 사진은 우라토교회입니다.

미즈노우라 언덕에 위치한 미즈노우라교회. 

외견을 보니 왠지 나가사키시에 있는 국보國寶 ‘오우라천주당大浦天主堂’이 연상되었습니다. 자료를 보니 역시 테츠카와 요스케가 오우라천주당을 모델로 하여 지었다고 나옵니다. 로마네스크식, 고딕식, 일본식이 혼재된 아름다운 목조 건축물입니다. 1880년 지금의 장소에 최초의 미즈노우라교회가 세워졌고, 노후됨에 따라 1938년 다시 지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키리시탄의 고토로의 본격적인 이주는 1797년부터 이루어졌습니다.

1866년 미즈노우라 마을의 키리시탄 대표 3명이 나가사키시에 있는 오우라천주당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선교사 프띠장신부를 만나고 성물인 메달과 십자가를 받아 미즈노우라로 돌아옵니다. 오우라천주당은 1864년 완성, 1865년 헌당식을 가졌는데 같은 해인 1865년 키리시탄임을 일반에 공개하는 ‘신도발견’ 사건이 일어납니다. 한편 미즈노우라에서는 1866년 예배 집회가 발각되어 현장에 있던 키리시탄 전원이 체포되어 짧으면 3년, 길게는 5년 동안 옥사에 갇혀 있었습니다. 사진은 미즈노우라 예배당입니다. 

위 사진은 1966년의 미즈노우라교회입니다. 일요일인 듯 많은 사람이 보입니다. 아래는 산 기슭에서 바라본 미즈노우라 마을과 앞 바다입니다. 오른쪽 흰 건물이 미즈노우라교회입니다.

고토 출신의 첫 순교자 요한 고토의 동상이 영내 한편에 있습니다. 나가사키 니시자카에서 순교한 26성인중 한명으로 순교 당시 19세의 청년이었습니다.  

교회 뒤편 산 기슭에 키리시탄의 공동 묘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비밀리에 신앙을 지켰던 마을, 해금후에 신앙을 이어온 미즈노우라 마을과 그 앞 바다를 굽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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