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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y 05. 2021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2017)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

'피는 물보다 진하지. 그래서 말이야... 쏟아지면 치우기가 참 더럽거든'. 어느 드라마에서 들은 대사인데 정확지는 않다. 들으면서 '그래 맞아' 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피로 맺어진 무시무시한 관계이다.


찬란한 5월이 되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등 수많은 아름다운 기념일이 있어 더욱 찬란하다. 가족 사랑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달도 없다. 그런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정상 가족'(정상 가족은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단위이고 근거이다. 거의 모든 정책과 제도, 그리고 시스템이 '정상 가족'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모든 사회문제의 근간도 '가족'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이다.


찬란한 5월에 가족의 의미를 한번 더 새겨 볼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2017, 동아시아)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인류학을 전공하고, 기자생활을 거쳐, 비영리단체에서 일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인류학적 감수성, 기자의 팩트체크 능력, 비영리의 현장경험이 절묘하게 만나 책이 만들어진 것 같다. 글도 명백하고, 데이터도 적절하고, 솔루션도 진보적이다.

저자는 사회의 많은 문제의 연결고리로서 '가족'에 주목한다. 프롤로그에서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족 총력전이 되다시피 했다...(중략)... 아이를 소유물처럼 바라보고 통제하는 행동...(중략)... 가족 바깥의 사람들에 대한 배척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화된다...(중략)... 가족의 각자도생만 부추겼다'는 진단에 대해 난 동의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단위는 개개인인데, 시스템은 가족이 여러 의미에서 기초단위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상 가족 범위  못하는 개개인은 비정상으로 취급받게 된다.

책에서 여러 고민거리와 문제 해결방안이 제시되지만, 나는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라고 쓴 부분이 참 좋았다. 2011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스웨덴 역사학자 라르스 트래가르드가 발표했다는 '스웨덴식 사랑이론'을 보면서는 '그래 바로 이거야' 했던 기억이 있다. 자율적이고 평등한 개개인들이 맺어가는 관계가 진짜 관계이고, 이러한 진짜 관계를 맺게 하기 위해 개인을 해방시킬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것!


찬란한 5월은 서로 의존하지 않는 자율적이고 평등한 개인이 만들고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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