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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Feb 19. 2021

엘리트 독식사회(아난드 기리다라다스, 2019)

세상을 바꾸겠다는 위선

나는 세상을 상수(常數)로 보지 않는다. 주어져서 변하지 않는 무엇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변수(變數)라고 생각한다.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더 좋게. 코로나19 라는 전대미문의 세상에 마주 하면서 그냥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은 지금처럼 세상이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세상 변화에 대한 공감대와 외침이 넓게 그리고 곳곳에서 들린다.


2021년 초부터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의 '재산 절반 기부' 의사 표시를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돈 많이 번 기업가의 이런 선언을 오래간만에 듣게 되어 신선하고 반갑다. 그리고 결단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어떻게 이 돈이 쓰일지 자못 궁금하다. 현재 사회혁신, 사회적 경제, 소셜벤처, 비영리 등등 내가 알고 있는 곳곳에서 이 돈을 기부받기 위해 목하 인맥을 찾고, 줄을 대고, 사업기획을 하고 있다. 기부라고 이야기된 이 돈이 기부 일지, 투자일지도 궁금하다.


최근의 읽은 책인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2020)에서 가장 와 닿은 문장이 있었다. "능력주의의 병폐를 치료하는 방법은 더 강력한 능력주의뿐이다" 이 문자에 밑줄을 긋고 옮겨 적은 이유는 명확했다. 작금의 세상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방법이 이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돈)의 병폐를 치료하는 방법은 더 강력한 자본주의(돈)뿐이다." 나는 이렇게 읽혔다.



"엘리트는 사람들을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오로지 시장 친화적인 방식이되, 근본적인 권력 방정식을 뒤엎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중략)...'세상을 바꾸기' 위한 강력한 싸움은 본질적으로 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벌어지고, '돌려주기'는 영향력, 자원, 도구의 배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너무 삐딱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도 들겠지만, 한 번은 생각해 볼 대목이다. 이왕 글 머리에서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인용했으니, 그의 추천 글로 글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곡을 찌르는 이 시의적절한 책에서 저자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승자들이 자신의 최고 지위를 보장하는 시장 친화적 제도는 그대로 놔둔 채 패자들을 도우려고 애쓰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세계의 여러 문제에 마찰 없는 ‘윈윈’ 해결책을 장려하면서도 어렵고 논쟁적인 민주 정치의 활동은 혐오하는 기업의 자선활동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변화를 만드는’ 엘리트들을 향한 대중의 점증하는 분노에 당혹스러운 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안내서다 - 마이클 샌델"


이번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의 기부가 엘리트 독식사회를 새롭게 해석 혹은 변화시킬 수 있는 신호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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