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계절산타 Feb 18. 2021

두려움 없는 조직(에이미 에드먼슨, 2019)

두려움은 조직에게 침묵을 선물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조직에서 일을 했다. 기업에도 있었고, 비영리조직에도 있었고, 기업재단에도 있었고, 비영리재단에서도 일했다.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조직에서 일했다는 것이다. 나는 왜 조직에서 일을 했는가? 답은 명확하다. '못났기' 때문이다. 혼자 무엇을 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 하지만 조직생활이 어디 쉬운가!! 사실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생애 첫 출근한 날을 잊을 수 없다. 신입답게 아침 일찍 -내가 다닌 직장은 그 당시 오전 7시 출근이었다 - 출근해서 들어오는 직장선배들을 보는데, 하나같이 얼굴 근육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처럼 무표정하다. 사내방송으로 진행되는 아침 조회를 마치고 나니, 그 큰 사무실에는 엄청난 침묵이 찾아온다. 숨소리 내기조차 어색한 엄청나게 무거운 침묵.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하는데 기계라면 마찰음이라도 있을 건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좀 있으니 회의를 한다. 노트와 펜을 들고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앉았다. 사람들이 다 모이고 시간이 좀 지나니 높은 분들이 들어온다. 어색한 농담이 몇 번 오가고 - 재미없었는데 힘차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된다. 몇 명이 말을 좀 하다가 역시 높은 분 한 명이 계속 말을 하고, 사람들은 또 무표정으로 무언가를 적기 시작한다.


첫날 사무실에서 느꼈던 침묵의 순간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묵이 왜 이 사무실을 지배하는지 알게 되었다. 침묵의 이유가 두려움이었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파멸이다. 중간을 가기 위해서는 침묵하는 편이 전략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더십 공부를 하면서 두려움과 침묵의 관계를 매우 명확히 설명하는 책을 만났다. 에이미 에드먼슨이 쓴 '두려움 없는 조직'(2019, 다산북스)이다.


에드먼드 버크, 두려움의 무서움

'두려움만큼 우리에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효과적으로 뺏어가는 감정은 없다'  영국의 정치가이며, 보수주의의 시초라고 알려진 에드먼드 버크의 말이다. 특히 조직에서의 두려움은 표정을 뺏아가고, 침묵을 만들어 낸다. 이 책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개념으로 두려움 없는 조직을 설명한다.


에이미 에드먼슨의 심리적 안정감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개인적인 특성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이 없고, 두려움이 지배하는 조직이 만들어 낸 특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고 두려움을 몰아내기 위해서 조직의 리더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 내는 리더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리더십(Approachable Leadership)'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 실천의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 줄 리더의 체크 리스트(두려움 없는 조직 중)


조직의 대표로 있다 보니 두려움을 조직에 심으면 얼마나 쉽게 조직을 통제, 관리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말 그대로 일사불란을 만들 수도 있다. 어떤 반대도, 어떤 의견도 없이 쭈욱 일을 해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은 병들 것이 분명하다.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 없는 조직은 조직원들의 표정이 다양하게 살아 있고, 좀 시끄럽고, 웃음이 있는 조직 같다. 이왕 '못나서' 하고 있는 조직 생활이라면, 괜한 두려움 만들어 침묵을 초대하지 말고,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 시끄러웠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꾿빠이, 이상(김연수, 20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