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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Feb 20. 2021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리베카 솔릿, 2018)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으로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 창세기 2장 19절


아담에게 하나님은 엄청난 힘을 주었다. 바로 '이름 붙이기'다. 호명하는 것, 명명하는 것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엄청난 권력이자 힘이다. '이름 붙이기'에는 나름의 배경과 이유, 가치가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로 부르고 있지만 한때는 '우한 폐렴'이라고 불렸다.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는 '전염병 이름을 특정 지역과 사람, 동물 등으로 명명하면 그에 따라 발생하는 부정적인 낙인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 한다. 저소득층, 소외계층, 불우이웃, 00충, 개저씨, 00 빠, 불구, 귀머거리, 절름발이, 다문화 아이, 폐경, 처녀막, 유모차, 학부형, 스포츠맨십, 분모, 분자, 효자상품, 김여사, 처녀작, 외할머니, 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 미혼모 등등등..... 일상 속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불편한 이름들이 참 많다. 왜 이렇게 누가! 명명하였는가?


붙여진 이름에 불편한을 느꼈다면, '맨스 플레인(mansplain : man+explain)'이라는 단어로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리베카 솔릿의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원제 : Call them by Their true Names)'를 읽어 보자.



'이야기를 바꾸는 일, 이름을 바꾸는 일, 새 이름이나 용어나 표현을 지어내고 퍼뜨리는 일은 세상을 바꾸려 할 때 핵심적인 작업'이라고 하는데 진짜 동의한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주체적인 삶은 자기 언어를 가지는 것이고, 누군가 붙여 준 이름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공자는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부터 하겠냐는 질문에 '이름을 제대로 부르고, 바로 잡겠다' 고 했단다. 정명(正名). 이름을 정확히 부르기 시작할 때 그 속에 숨은 가치를 드러내고,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그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일'을 하기 위해 쓴 책이니, 말의 엄밀함, 정확함, 명료함을 정확히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손에 망치를 든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못대가리로 보이는 법! 어떤 이름의 망치를 들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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