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숨겨진 초사회성의 비밀
책을 인상적으로 읽고, 그 책을 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무척이나 환상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나와는 완전 다른 학문과 배움의 경로를 가진 사람과 마주하는 것도 환상적 경험이다. '울트라 소셜'(2017, 휴머니스트)을 쓴 장대익 교수가 그런 경험을 선물해 준 장본인이다. 책을 통해 먼저 알게 되었고,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인 다음세대재단에서 진행하는 체인지온 콘퍼런스에 그를 초대함으로써 만났다. 첫 만남에서 공감의 반경과 깊이에 대해 나눈 대화는 참 좋았다.
'20만 년 전에 탄생한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동물과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다른 것인가?' '사피엔스의 후손인 우리들은 계속 지구를 지배할 수 있을까?' '종의 소멸과 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가고 있지 않을까?' '지속 가능한 지구와 인류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왜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할까?'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일이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등 한 번씩은 생각해 봤을 고민이 아직도 있다면, 장대익 교수가 쓴 '울트라 소셜'(2017, 휴머니스트)를 한번 펼쳐 보시라.
저자는 우리를 지구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로 만든 것이 '초사회성 ultra-sociality'이라고 부르고, '초사회성'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진화생물학, 영장류학,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등의 다양한 학제들의 연구와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다루어야 할 주제가 방대하여 자칫 산만해 지거나 겉핥기로 끝날 내용을 초사회성의 탄생부터 본능, 그늘, 미래까지로 나누어 잘 소개하고 있다.
클로즈업한 인간의 눈으로 책의 표지를 디자인했다. 각각의 눈이 무슨 감정을 보이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상상이 되는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게 가능해? 투명한 결막과 흰 공막을 가진 종은 유일하게 인간뿐이고 - 읽고 나서 보니 정말 그렇다 - 인간의 공막을 사회성과 관련이 있다는 '협력적 눈 가설 cooperative eye hypothesis'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미 우리는 협력의 눈, 사회적 눈을 가지고 있다. 흥미롭다. 과학자들이란... 이 책의 곳곳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했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테제를 풀어나간 과학자들의 수고를 만난다.
책의 마지막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언급하면서, '문명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우리가 초사회성을 우주적으로 확장 성장시킬 수 있는지, 파멸로 갈 것인지 묻는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2019년 체인지온 콘퍼런스에 장대익 교수는 연사로 참여했다. 왜 가치는 다양해야 할까? 생존투쟁 2.0'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다. 참 좋았다. 특히 비영리 활동 영역에 공감의 넓이와 깊이를 다시 한번 이해하게 된 좋은 강의였다. 그래픽 서머리를 남기니 한번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