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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Feb 27. 2021

에디톨로지(김정운, 2014)

어디선가 본 것을 떠올리는 것이 생각이다.

나의 경우 책 제목이 과하면 읽기가 통상 싫어진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어떤가? 좀 과하다. 이 책들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쓴 책이다. 그런데 나는 놀랍게도 나의 통상 루틴을 어기고 이 책들을 읽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을 제외하고. 그리고 여전히 이 책은 읽을 생각이 없다. 교수라는 자리를 때려치우고, 일본으로 그림을 배우러 간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오호 이 분 참 재밌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쓴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제목만큼 내용도 좀 과한 부분이 있지만 의미와 재미를 둘 다 잡고 있었다. 특히 '남자의 물건'(김정운, 2012, 21세기북스)은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내가 좋아라 하는 만년필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분은 백미였다. 다음에 한번 소개해야겠다.


창의력 관련된 책을 섭렵하고 있을 때다. 창의력을 책에서 찾고 있는 내가 뭔가 창의적이않은  같다는 느낌을 하게 받고 있을 때였다. 그즈음 '에디톨로지'(김정운, 2014, 21세기북스) 만났다. 순식간에 읽었다. 한자리에서  읽었다.  평소 생각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았다.


에디토로지(editology)란 무엇인가?

저자는 에디톨로지라는 단어를 만든다. '창조는 곧 편집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저 섞고, 짜깁기하는 수준이 아닌 편집의 단위(unit of editing)와 차원(level of editing)이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저자의 바람대로 전 세계적으로 이 단어가 통합되어 회자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단어다.


가끔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설명할 때가 있다. 시간이 많아서, 습관이 되어서, 재밌어서, 좀 멋져 보여서, 얼마나 내가 무지한지 알게 해 주어서, 그냥....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가능하겠지만, 나는 사실 생각할 재료를 채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어떤 사안이나 사건에 대한 내 생각이 필요할 때, 새로운 일을 기획할 때,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대로 살기 원할 때 등 생각이 필요할 때가 많다. 아니 매일 매시 매초에 생각이 필요하다.


생각의 본질

생각의 본질이 '어디선가 본 것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라는 문장을 만나면서, 환호를 질렀다. '내 말이!' 이러면서... 어디선가 본 것이 없는 사람의 생각은 별로다.


'나는 내 기억이 편집된 결과다'라는 장에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비교하는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경영능력도 뛰어나고, 기부도 많이 하고, 바르게 살고, 멋진 빌 게이츠의 이야기보다 까칠하고, 기부 얘기는 한 번도 들어 볼 수 없고, 제왕적이고, 뭔가 삐딱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에 우리는 왜 더 흥분하는 걸까?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의 이야기는 의미를 편집할 기회를 빼앗는 내러티브 구성을 가지고 있고,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는 상호 작용이 가능하고, 해석의 여지가 많고, 편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읽고 보니 그렇다. 어떤 말이 마음을 움직이는가? 듣는 이의 '주체적 편집의 기회'를 제공해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내용은 많이 공감된다. 너무 옳아서 반박과 해석의 여지가 없는 이야기는 나도 좀 피하고 싶지 않은가!!


에디톨로지! 편집이 창조가 되려면 편집 거리가 많아야 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편집 거리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창조의 전(前) 단계였다. 본 것이 있어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냥 보는 것보다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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