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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01. 2021

규칙 없음(리드 헤이스팅스 외 2020)

눈에 안 보이는 더 크고 강한 규칙이 있다.

주말에 루틴이 하나 있었다.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조조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1년이면 거의 영화관에서 50여 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고, 나는 영화관의 초초초 VIP였다. 얼마 전 영화관에서 문자가 왔다. 휴면계정화 하겠다고... 코로나 19 상황이 오고 영화관에 가지 못했다. 나의 영화관을 넷플릭스(Netflix)가 대신했다. 영화관을 갈 때도 넷플릭스를 사용했지만 지금만큼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넷플릭스가 내 삶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얼마 전 아주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넷플릭스 콘텐츠 로드쇼 ‘씨 왓츠 넥스트 코리아 2021(See What’s Next Korea 2021)‘ 에서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한 말이 이목을 끌었다.'"넷플릭스와 회의에서 한 번도 'NO'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고, 의견은 안 주고, 돈만 주신다" 기사를 읽고 와 대~박하고 절로 찬사가 나왔다.


기사 원문 : https://url.kr/tlyp35


넷플릭스의 CEO가 직접 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규칙 없음'(리드 헤이스팅스 외, 2020, 알에이치코리아)이라는 책을 사 두었는데, 내용이 사실 좀 뻔할 것 같아 읽지 않았다. 위의 기사를 보고 급 흥미가 생겨 읽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서 금방 술술 읽혔다. 솔직하게 쓴 책 같았다.


넷플리스는 능력 있는 직원을 확보하여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높이고, 솔직한 문화를 형성하고, 다양한 규정을 없애고, 자유와 책임(F&R Freedom and Responsibility)을 핵심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규칙없음, 리드 헤이스팅스외, 2020, 전자책중에서

해고가 매우 쉽고, '노동유연성' 자체가 매우 높은 미국 기업의 현실을 가장 밑바탕에 두고 쓰인 책이라 읽는 내내 불편했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라 프로스포츠팀에 가깝다'는 부분도 이 맥락에 닿아 있다. 보통의 10명보다 탁월한 1명이 훨씬 낫고, 탁월한 1명이 100명은 먹여 살릴 것이라는 논리를 전제로 이 책은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영리조직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나에게는 몇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우리 조직의 인재는 누구인가?' '인재를 찾았다면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확보했다면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인재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비영리는 F&R(자유와 책임)이 통하는 영역인가? 아니면 R&P(규정과 과정 Rules and process)이 통하는 영역인가?' '솔직함과 조직의 안정감을 어떻게 조화를 시킬 것인가?' 등등...


이 책의 곳곳에는 조직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와 있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행동이며, 사람들은 그의 말이 아닌 행동을 듣는다'. 멋진 문장이었다. 나도 리더들의 행동을 들었던 것 같다. 말이 아닌... 그렇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들려주고 있는가?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Lead with context, not control)'. 이 문장도 진짜 멋진 문장이었다. 내가 구현하고 싶은 리드 방식이다.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기(규칙없음 중에서)

부하직원이 멍청한 짓을 했을 때 나무라지 말고, 대신 맥락을 잘못짚어준 것이 없는지 자문하라는 내용인데,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다. 조직에서 미션과 비전을 정하고, 동일한 목표를 설정하고 나면 자율적 수행을 통해 이루어가면 되는데, 많은 조직들이 동일한 목표 설정보다 일관된 수행 혹은 통제된 수행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유와 책임(F&R Freedom and Responsibilty)으로 갈 것인가? 혹은 '규칙과 과정(R&P Rules and Process)'으로 갈 것인가? 는 다음 질문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직원과 고객의 안정이나 건강이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규칙과 과정으로 가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재앙으로 이어지는가? 그렇다면 규칙과 과정으로 가야 한다', '일관성 있게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여야 하는 제조업에 종사하는가? 그렇다면 규칙과 과정으로 가야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비영리 부문은 '자유와 책임' 혹은 '규정과 과정'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 세상을 보다 더 즐겁고 재밌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더 많이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유와 책임'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자유와 책임'이 있는 조직은 교향악단이라기보다는 재즈밴드에 가깝다는 결론이 마음에 든다.


'교향악단을 조직하지도, 악보를 주지도 말라. 재즈 연주에 어울리는 무대를 만들고, 즉흥연주에 능한 직원을 고용하라'


새겨 들어야겠다.


넷플릭스는 매사에 솔직히 이야기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컬처 데크(Culture Deck)'는 원래 사내용이었는데 리드 헤이스팅스가 온라인으로 공유하면서 매우 유명해졌다. 사실 컬처 데크를 그냥 읽으면 맥락이 잘 전해 지지 않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읽으니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넷플릭스 컬처 데크 영문 : https://www.slideshare.net/mobile/reed2001/culture-1798664

넷플릭스 컬처 데크 국문 : https://www.slideshare.net/mobile/watchncompass/freedom-responsibilit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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