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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02. 2021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

혁신인가? 퇴행인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답답한 책이 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가슴이 뻥 뚫리는 책이 있다. 오늘은 답답한 책 한 권 소개해 볼까 한다.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 -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회학자이며,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조교수이다 - 이 쓴 '공유 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Hustle and Gig: Struggling and Surviving in the Sharing Economy)'(2020, 롤러코스터)라는 책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28일, 한겨레 신문 그림판에 올라온 만평을 한 동안 멍하니 보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나니 재택근무의 좋은 점, 나쁜 점, 요령 등이 한창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였다.


http://m.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942257.html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 필수적인 일을 해 내는 노동자, 갑작스러운 해고로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잊혀진 노동자 등으로 코로나 시대의 노동자 계급을 표시하고 있었다. 우린 아주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빵빵한 와이파이, 빠릿빠릿한 스마트폰, 빠방하게 충전된 결제 도구만 있으면 손끝 하나로 내가 갖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이렇게 편리하게 된 것은 혁신가들이 만들어 낸 아이디어와 기술, 자본의 기여도도 크지만, 이 편리함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고 좋은 것이 과연 사회에도 좋은 것일까?


이 책은 에어비앤비, 우버, 태스크래빗, 키친 서핑 등 공유경제 기업의 노동자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위 공유경제 분야의 플랫폼 노동자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사회학자가 바라본 공유경제는 경영학자나 언론인들의 이야기와 많이 다르다. “지금까지 공유경제를 다룬 책은 언론인이나 경영학 교수의 저서 일색이었다. 대부분이 그런 변화가 바람직하고 문제는 미미하다는 식으로 공유경제를 찬양했다. 하지만 나는 사회학자로서 좀 더 비판적인 시각에서 공유경제를 바라본다. 이 책은 공유경제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노동자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펴본다. 단순히 공유경제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 새로운 경제적 움직임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p24-25)


'공유경제는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생태계 파괴를 저지하고, 물질주의를 혁파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하고, 저소득층에게 생계 수단을 제공하고,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장밋빛 세상을 이야기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공유경제에 뛰어든 노동자들의 현실은 초기 산업사회와 유사한 형태라고 결론낸다. 공유경제는 혁신의 미명 하에 수세기 동안 쌓아 올린 노동자들의 보호 장치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가? 전통적인 기업의 폐업 혹은 사업장 폐쇄 조치는 적지 않은 노동자들의 저항에 마주하게 되고 사회의 관심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공유경제 기업의 폐업에서 노동자들의 외침은 잘 들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사업형태는 계속 나타 날 것이고, 비즈니스의 혁신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기술과 편리함을 앞세운 새로운 서비스는 계속 출현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손쉽게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고, 편리함의 전율을 경험할 것이다. 전통적인 노동자의 개념은 점점 고루하고 낡은 것이 되어 갈 것이고, 유연하고 독립적인 새로운 개념의 노동을 찬양하게 될 것이다. 그 속에 답답함이 있다. 사람을 지워가는 혁신은 진짜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라이더 유니언의 박정훈 위원장이 쓴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박정훈, 2020, 빨간소금)도 같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승자독식으로 치닫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을 아프고 답답한 마음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체해야 할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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