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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03. 2021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2020)

능력주의가풀어놓은사회 연대의 끈을 다시 묶자.

능력 있는 사람을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부럽다' 혹은 '재수 없다'. 부러운 이유는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의 보상이 생각보다 큰 까닭이고, 재수 없는 이유는 온전히 통제된 그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능력이 아니기 때문일 거다. 


마이클 샌델의 책은 출판되면 국내에서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제가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까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한 번은 좀 삐딱하게 봐야 하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뾰족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지만 당연시되던 문제를 되짚고 있다.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2020, 와이즈베리,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당연시되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대선, 청교도, 대학, 패권주의, 복지제도, 기술 관료주의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능력주의(혹은 실력주의, meritocracy)는 '공정하다는 착각'을 만들고 있음을 설파한다. 

능력주의는 기본적으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넘기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할 수 있다'는 동사를 통해 능력주의는 우리의 일상에서 작동된다. 할 수 없게 되면, 그 책임은 개인이 지게 된다. 어찌 보면 '해야 한다' 보다 '할 수 있다'는 단어가 훨씬 자기 파괴적이다. 능력주의적 오만은 승자들에게는 자기 성공을 지나치게 과장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그 성공을 뒷받침했던 우연이나 타고난 행운은 잊어버리게 만든다. 또한 패자에게는 무한한 굴욕을 선사하고 불만과 증오를 선물한다. 이런 능력주의 윤리는 사회연대의식을 사라지게 만들고, 각자도생의 길을 인도하면서, 공정하다는 착각 속에 우리를 빠뜨린다. 능력주의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능력주의의 병폐를 치료하는 방법은 더 확실한 능력주의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온 문장이다. 요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장면과 오버랩된다. '자본주의 병폐를 치료하는 방법은 더 확실한 자본주의뿐이다'


정치 철학자답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나의 마음과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질문을 가득 던지고 있는 책이다. '시장 주도적 세계화와 능력주의적 성공관은 힘을 합쳐서 이런 도덕적 유대관계를 뜯어내 버렸다'는 문장이 '공정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저자의 최종 진단이다. 그리고 능력주의가 풀어헤쳐놓은 사회연대의 끈을 다시 이어야 한다는 게 처방이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 걸까? 다시 연대의 끈을 묶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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