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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11. 2021

다시, 책으로(매리언 울프, 2019)

독자들이여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 읽는 뇌를 찬양하라.

소설이 안 읽힐 때가 있다. 은유와 묘사, 미묘한 감정선, 화자의 말투, 정교하게 설계된 다양한 플롯들, 섬세하게 표시된 문장 부호 등을 읽어 낼 수 없다. 책에 몰입할 수가 없다. 쓸모가 극대화된 정보의 틈 사이에서 '소설 읽기'는 세상 쓸모없는 짓처럼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세상에서 소설 속의 속도에 읽기의 속도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잘 읽고, 시간과 감각을 잘 쓰고 있는지 확인하는 하기 위해서라도 소설을 읽는다.


왜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가? 대답을 하는 사람만큼의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인지 신경학자이며 읽는 뇌 분야의 전문가인 매이언 울프가 쓴 '다시, 책으로'(매리언 울프, 2019, 어크로스)를 펼쳐 보자. 이 책은 편지의 형식을 빌려서, 책 읽는 자들에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책 원제목이 'Reader, come home'이다.

읽기 자체가 바뀌고 있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눈앞에서, 손가락에서' 바뀌기 시작했다. 변화된 읽기와 그 속에서 변한 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에서 '4번째 편지 ; 독자였던 우리는 어떻게 될까?'가 제일 좋았다.

우리가 하루에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세계정보산업센터(Global Information Industry Cneter :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약 32기가 바이트라고 한다. 이 많은 정보는 주의 과잉, 주의분산 등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시간을 파편화함으로써 깊이 읽기와 깊은 사고도 증진할 수 없게 만든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정말 강렬하게 동의한다.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려면, 단순하고 빨리, 그리고 선별적으로 읽어 내야 한다. 읽는다기 보다는 '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훑어보기, 건너뛰기, 대충 읽기가 읽기의 방법이 된다. 깊이 읽을 시간도 공간도 없다.


매리언 울프는 본인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이야기도 솔직하게 풀어낸다. 천천히, 생각하며 읽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몸소 고백하고, 그 극복의 험로를 보여준다.

이 책의 150페이지에 나와 있는 읽기 생활에 대한 질문은 참 좋다. 이 질문과 의문이 나의 질문이라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 봐야 한다.


"예전에 자신의 읽기 자아에서 끌어오곤 했던, 존재 전체를 감싸는 즐거움을 찾기가 어려운가요? 사실상 더 이상은 길고 어려운 글이나 책을 읽어나갈 뇌의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나요? 만약 어느 날 여러분이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정말 변하고 있는지 생각해본 뒤에도 뭔가 어떻게 해볼 시간조차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p150)


독자들이여 집으로 돌아오라! (Reader, Come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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