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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17. 2021

뉴 노멀(피터 힌센, 2013)

형용사로서 디지털은 지위박탈되었다.

1932년 출판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다시 펼쳐 보는 것, 1949년에 출판된 조지 오웰의 '1984'을 다시 읽는 것, 1985년 첫 개봉된 '백 투 더 퓨처'를 다시 보는 것 같이 과거에 했던 미래의 이야기를 현재에 다시 펼쳐보는 것은 흥미롭다.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삶과 일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을 전제로 펼쳐지기 시작했고, 디지털이 표준이 되는 새로운 대전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설레발치는 것을 많이 들었다. '뉴 노멀(New Normal)'시대가 왔다가 난리였다. 세미나나 포럼 등 행사에 '뉴 노멀'이라는 단어는 갖은양념처럼 뿌려졌다. 나는 사실 굉장히 불편했다. 빠르게, 아니 어찌 보면 약삭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불편했다. '뉴 노멀'이라고 전제되는 상황들이 나에게는 '비정상(Abnormal)'처럼 느껴졌다.


나는 '뉴 노멀'이라는 단어를 의미 있게 접한 때는 2013년이다. '뉴 노멀'(피터 힌센, 2013, 흐름출판)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피터 힌센(Peter Hinssen)은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미래학자라고 했고, 기술이 사회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뉴 노멀'이라는 책 제목이 매력적이어서 책의 원 제목을 찾아보니 'Digitaal is her nieuwe normal. De revolutie is begonnen'이라고 되어 있다. 네덜란드어(?)인 것 같은데, 번역본에서는 엣지 있게 '뉴 노멀'만 살렸다. 책은 현재 절판되었다.


2021년 다시 펼쳐 본 2013년의 뉴 노멀의 모습은 어떨까? 재밌게도 2021년 현재의 모습이 거의 대부분 담겨 있다. 저자는 뉴 노멀을 설명하기 위해 '디지털'이라는 형용사가 그 지위를 박탈당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제 모든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가 되어서 굳이 '디지털'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날로그가 더 희귀해져서 형용사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 노멀(피터 힌센, 2013, 흐름출판, p21)

한마디로 '새로움'이 이제는 '일상' 되어 간다는 이야기다. 책에서는 '디지털 고장의 허용치는 0이다.', '충분히 훌륭한 기술이 완벽한 기술에 앞선다.', '완전 책임 시대를 구현한다.', '완전 통제를 폐기한다.' 등 뉴 노멀 시대를 지배하게 될 4가지 원칙도 제시한다. 사실 이미 지배하고 있는 원칙이다. 또한 책에서는 뉴 노멀 시대의 경영 전략, 고객 전략, 정보 전략, 혁신, 기술 전략 등에 대해서도 컨설팅 하 듯 단호하고 간결하게 설명해 가고 있다. 

뉴 노멀(피터 힌센, 2013, 흐름출판, p130)
뉴 노멀(피터 힌센, 2013, 흐름출판, p216)

2021년 오늘을 설명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보인다. 


뉴 노멀로 극한으로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에서는 극한, 즉 한계(limit 끝 지점에서 일어날 일)라는 수학용어를 가지고 뉴 노멀의 한계를 제시한다.


 limit(길이)=0 / limit(깊이)= ∞ / limit(가격)=0.00달러 / limit(인내심)=1 / limit(프라이버시)=어항(Fishbowl) / limit(인텔리전스)=실시간


한계가 무한대라 어디까지 인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럴까? 


미래의 이야기를 역설적이게도 회고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뉴 노멀이 난무하는 시대에 다시 읽어 볼만 한 책이다. 또한 경영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난무하는 뉴 노멀이 불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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