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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16. 2021

우리는풍요로웠고,지구는달라졌다(호프자런, 2020)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고백해야겠다. 내가 취약한, 그것도 매우 취약한 주제가 있다. '환경'이다. 내 자체가 게으르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물욕도 강하고, 육식을 즐기는 등 환경에 바람직하지 않은 몸과 마음 상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어쩐다. 드라마틱하게 변할 자신 없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쌓여가면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란 믿음은 있다. 일상 속의 가장 작은 실천은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이고, 그다음은 환경과 관련된 책을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것이다. 각성하기 위해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미세먼지로 하늘은 뿌옇다. 지구를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보면 큰일 났다 싶다. 지구에 대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고, 걱정이 되는데 딱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읽어 볼 책이 있다. '랩 걸'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지구화학자 호프 자런이 쓴 '우리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2020, 김영사)이다. 원제목은 'The Story of More: How We Got to Climate Change and Where to Go from Here'인데, 번역서 제목이 더 잘 지은 것 같다.


과학자답게 데이터와 팩트를 바탕으로 풍요의 역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숫자를 건조하게 던지고, 숫자로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숫자의 느낌이 있다. 책에는 환경 교리문답이라는 재밌는 제목으로 나열된 2페이지가 있는데, 지금의 지구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요즘 기업에는 ESG(Environmental 환경, Social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가 경영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워낙 중요한 문제이니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왠지 잘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늘 국민을 생각하며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정치가들의 수사 같은 느낌이 솔직히 있다. 우리의 풍요 이야기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꽃인 기업과 함께 만들어 왔다. 이 책에서는 명확히 그 부분을 적고 있다. 


'풍요의 이야기를 쓰도록 부추겨온 산업계...(중략)... 지난 50년 넘게 이어져온 소비의 증가가 더 많은 이익, 더 많은 수입, 더 많은 부의 추구와 관계없는 척하는 것도 소용없는 일이다...(중략)...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와 산업계가 우리를 대신해 이런 질문을 던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뼈 때리는 문장이다.


행동할 기회가 있으면 행동하되,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 책을 왜 집필했는지 정확히 보여 준다. 그리고 첫 장에서 이미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확실히 제시한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이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환경'에 취약한 나는 기억하고, 이해하고, 하나씩 행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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