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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22. 2021

미래는 오지 않는다(홍성욱 외, 2019)

미래를 말하는 것은 현재를 놓고 다투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강풍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을 때였다. '4차 산업혁명'을 제목으로 달고 있는 책이 쓰나미처럼 출판되었고, 제목에 붙지 않더라도 책을 소개할 때도 '4차 산업혁명'은 빠져서는 안 될 양념이 되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할 정도니 말 다했다. 포럼, 세미나, 콘퍼런스에서는 대상자와 내용에 관계없이 '4차 산업혁명'은 제목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태생적으로 반골인지, 모두가 열광하고 유행하면 실체에 관계없이 싫어진다. 하다못해 대중가요도 사람들이 좋아하면 왠지 멀리하고 싶고, 베스트셀러는 이상하게 읽기 싫다. 4차 산업혁명을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어서,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거의 유일한 방식인 책 읽기를 했고 이 책을 만났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홍성욱. 전치형, 2019, 문학과 지성사)는 과학철학을 하는 서울대학교 홍성욱 교수와 카이스트 전치형 교수가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있었던 '과학기술과 미래사회'라는 강의에서 출발해서 집필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을 너무너무 잘 지었다. 원래 미래(未來)라는 한자가 아닐 미(未)와 올 래(來) 자를 합친 것이니 미래라는 원래 뜻이 '오지 않는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 중에서

'우리의 미래 담론이 과학 기술 중심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각종 미래상을 꼼꼼하게 독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책의 출발점이다. 동의하는 바가 크다.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 기술의 사회적 적용과 그 파장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 중에서

'지배적인 미래 담론을 내놓는 집단은 그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현재의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중략)... 미래는 정치의 대상이자 결과입니다'(미래는 오지 않는다, 홍성욱 외, 2019, 문학과 지성사, p10)


깊이 생각해 볼 문장이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느 모임에서든,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임에서는 특히 더, 사람들은 본인이 갖고 있는 현재의 관심을 주저함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유행처럼 무엇인가가 퍼져 나갈 때는 사기꾼도 출현하게 되어 있다. 미래 서적은 엄밀함을 버린 채 예언서로 변질되고, 사람들에게는 자기 계발서로 둔갑해 버린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 중에서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책이다. 과학 기술 중심의 미래 담론에서 또 다른 틈을 내는 멋진 책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미래 담론이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지에 대한 선명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 과학 기술 중심의 미래 담론이 워낙 강력하기에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라 적어 둔다.


"인간의 얼굴을  미래 예측은 CEO 위한 것이 아니라, 문제 투성이 현재와 불편한 미래를 포용하면서도 희망을 키우고 연대를 만들어내는 시민들의 실천을 위한 미래 시나리오 작업을 의미합니다...(중략)... 우리는 미래 예측에 홀리는 대신에 바람직한 미래 사회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눠야 합니다...(중략)... 결국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과학기술이 열어주거나 미래학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p304)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나 불안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한다. 읽고 또 읽어서, 우리는 더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현재에 많이 많이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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