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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23. 2021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홍승찬, 2012)

들어야 들린다.

나의 최애 라디오 채널은 KBS 클래식 FM이다. 집에서도, 차에서도 늘 여기에 채널이 맞춰져 있다. 기억이 정확 지는 않지만, 라디오를 듣던 중 'KBS 클래식 FM은 당신의 배경이 되어 드리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들었다.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배경. 클래식 음악은 늘 배경이었다.


클래식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무슨 곡인지 모르겠다면 아마 배경이었기 때문일 거다. 아무리 들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듣지 않은 거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지만, 약간의 매력을 느꼈다면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홍승찬, 2013, 책 읽는 수요일)을 곁에 두면 참 좋다.

책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악장은 스타카토처럼 경쾌하고 활기참이 필요한 순간에, 제2악장은 안단테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움이 필요한 순간에, 제3악장은 비바체처럼 열정이 필요한 순간에, 제4악장은 칸타빌레처럼 흘러감이 필요한 순간에 들을 클래식 음악을 작곡가의 삶과 음악의 구성, 청취 포인트를 적어 두었다.


이런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한방에 읽는 우둔함을 범하면 안 된다. 곁에 두고 필요한 순간에 꺼내 읽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 들어야 들리니까. 음악이 공간을 채웠는데 여백과 여유가 넘쳐나는 아찔한 순간이 가끔 찾아온다.

책에서 소개된 두 장면만 소개한다. 가슴과 머리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순간이라면, 저자는 쇼스타코비치의 ‘혁명 교향곡’을 듣길 권한다. 이 교향곡은 연주 내내 무겁고 어둡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빠르고 힘차다. 가슴과 머리 사이를 지나 손발이 움직이고 행동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쇼스타코비치의 ‘혁명 교황곡’은 자연스레 베토벤의 교향곡 5번(운명)으로 이어진다.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에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이 딱이라고 추천한다. 교향곡의 역사는 이 곡 의전과 후로 나누어진다고 하니 한 번은 전곡을 들어 볼만 하다.


나처럼 클래식 음악 초보자들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에 맞춰 읽을 필요는 없다. 순간을 찾아 읽고 들으면 된다. 함정이 있긴 하다. 마주한 순간이 없다면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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