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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30. 2021

새로운 대중의 탄생(군터 게바우어 외, 2020)

한 덩어리의 대중도 고립된 개인도 없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정치적 수사가 된 지 오래되었다. 기본소득, 전 국민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 등의 이슈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혹은 '복지 포퓰리즘' 혹은 '매표 행위식의 포퓰리즘'으로 평가절하 되고 있다. 포퓰리즘을 어떻게 정의 내리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한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포퓰리즘은 대중을 미혹하거나 우매한 대중을 선동하는 정도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그리 좋지 않다. 우르르 생각 없이 몰려다니는 집단이 연상된다. 대중가요, 대중 매체 등 대중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으면 취향이 사라져 버린 획일화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새로운 대중의 탄생'(군터 게바우어 외, 2020, 21세기 북스)은 귀스타브 르봉과 가브리엘 타르드의 대중에 대한 이론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대중의 탄생과 그 의미를 탐색하고 있는 꽤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1895년 출간된 대중에 대한 고전인 귀스타브 르봉의 '군중심리'에서는 대중을 파괴를 일삼고, 분노하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저자들은 열광하고, 즐기며 집단속에서 자율적인 개별 대중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쉬운 기술과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어디에나 접속하고, 참여하고, 즐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홀연히 떠나며 접속을 종료한다. 다양한 취향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모임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어느 편에 속해 있는가라는 불가역적인 위치 짓기는 어디에 접속하고 있는가로 대체되고 있다. 크기가 크고, 단일하고 동질적인 대중은 점차 보이지 않고, 크기는 작고, 다양하고 이질적인 대중의 탄생이 보인다.


느슨한 연결로 만들어진 새로운 대중은 비체계적이고, 통제받지 않고, 개방적이며, 새로운 접속에 의해 고이지 않고, 영원히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은 날카롭다. 대중의 참여가 필수적인 비영리 부문과 시민사회조직에서는 새로운 대중의 탄생 소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중이 되면 개인이 사라지는 것이 통상적인 생각이다. 이제까지의 대중은 집단적인 윤리규범과 행동지침을 가지고 '우리가 남이가'를 외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대중은 정치로 치면 거대 정당이 지배하는 양당제 같은 형태로 단순히 구분 지을 수 있었다. 모두가 중앙이고, 모두가 발신력을 가지고, 경계가 희미해지는 초연결의 세상에서는 다양성과 다원화가 필연적이고, 대중도 매우 다양화, 다원화되고 있다. 비영리 부문과 시민사회조직의 참여전략은 어떻게 개개인성을 부여할 것인가로 귀결될 듯하다.


한 덩어리의 대중도 고립된 개인도 없어지는 시대에 대중 참여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사회변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 비영리 부문에게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인데, 이 책이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민의 첫 시작을 잘 안내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읽어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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