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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29. 2021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김누리, 2020)

객관적으로 불편함을 마주하자.

'세상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세상은 스스로 좋아지지 않기에 우리는 끝까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상상을 하며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는 말은 내가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면서 정언명령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숨은 불편함을 대면하는 하는 것이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은 괴롭다. 어쩌면 그냥 외면하고 싶어 진다.


김누리 교수가 쓴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김누리, 2020, 해냄)는 불편한 진실이 가득 담긴 꽤 불편한 책이다. 일상 민주주의의 실패, 우리 안의 파시즘, 비판의식을 심어 주지 못하는 교육 현실, 자본주의 인간관이 지배하는 각자도생의 세상, 다름을 차별의 이유로 삼는 정상 이데올로기 등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가득하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불편함에서 희망을 본 책이다. 독일을 좀 과하게 반면교사 삼고 있는 것만 제외하면!


이 책에서 만났던 몇 가지 불편함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나는 386 아니 이제는 586이라고 불리는 세대의 막내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서 그래도 바위에 계란 흔적이라도  남겠지 했던 사람들이 이제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 계란이 바위가 된 기적이 일어났다. 바위가 된 그들은 다시 계란을 맞고 있는 현실이다. 왜 일까?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라는 문장은 저자의 말대로 등골이 서늘해진다. 욕하면서 배우고 따라 한다고 해야 하나...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사회주의적 인간관은 현실에서 실패로 판명되었고, 가능한 한 일하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는 자본주의 인간관이 승리하여 현실을 지배했다는 저자의 주장은 아프게 다가온다. 지배적인 생각은 지배자들의 것임을 생각하면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어디에서 잘못된 것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자유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노예 상태에 있으면서 자유롭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인용문은 한병철 님의 ‘피로사회’에서 언급한 성과사회의 자기 착취의 문법이 적용됨을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현실의 변화보다는 현실에서의 적응을 가르치고 있고, 비판의식을 키우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 대한 대목도 참 아프다.


한마디로 이 책은 아픈 현실을 마주 하게 하고, 이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역설적 희망 전도서이다.


변화하지 않아 생기는 불만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해서 생기는 불안을 선택할 것인가?


불편과 불만, 분노가 희망의 시작점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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