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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27. 2021

왜기업은세상을구할수없는가(마이클 에드워즈, 2013)

조직화된 탐욕은  작은 변화만을 허용한다.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이 있다. '자본주의 대전환'(리베카 헨더슨, 2021, 어크로스)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기업이 세상을 구할 수도 있다'라고 믿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다'라고 믿는 오래전 읽었던 책 한 권이 생각났다. 같이 비교하면서 읽어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소개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조만간 소개하겠다.


기업적 사고가 보편화된 것이 사실이다. 좋은 일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믿고,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대신 당당히 거래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왠지 세련된 기업적 접근이 사회문제를 훨씬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 기업가정신은 다른 어떤 인문 정신보다 일찍 배워야 마땅한 것이 되었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만드는 원인의 위치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위치로 급전환되었다. 그 위치가 마땅한 위치인지 고개가 갸우뚱 해 진다면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마이클 에드워즈, 2013, 다시 봄)를 펼쳐 보자.


이 책의 원 제목은 Small Change(작은 변화)이다. 바로 이 제목이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에 대한 답이다. 작은 변화 정도는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절대 세상을 구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어떤 위대한 사회적 대의(大義)도 20세기 시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은 없었다.'(p41)고 단언하면서, '기업적 사고와 사회변혁은 전적으로 다른 논리 위에서 작동된다'(p42)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시장이 오히려 세상을 구할 기회를 뺏아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중에서

기업은 경쟁, 소비, 경제성장, 전쟁(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전쟁 때에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은 역사적 사실이니까) 같은 것을 좋아한다. 기업이 좋아하는 것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경쟁을 통해 더욱 협력하는 미래를 만들 수 없고, 소비를 통해 지구의 희소 자원을 보존할 수 없고, 경제성장을 통해 가난과 억압을 빠져나올 수 없고, 전쟁을 통해 평화가 나아갈 수 없다. 사실 명백해 보인다.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중에서

기업이 사회참여를 많이 확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 자원봉사는 물론 CSR, CSV, ESG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사회에 참여를 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의 힘으로 사회 변화의 영역에서도 큰 손이 되어 가고 있다. 큰 손이 관심을 보이자 비영리 부분도 커지기 시작했다. 사실이다.


'비영리 부문은 더 커졌지만 약해졌다'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참 아프다. 현실에서 보면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가 비영리 부문이 비효율적으로 일한다고 당당히 질책을 하고, 기업이 일하는 것을 좀 배워야 한다고 가르치고,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많이 본다. 참 자주 하는 말이지만 욕망의 대상이 된 것은 힘을 갖게 되어 있다.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 시장을 강조하는 것은 비영리 부문의 가장 기초적인 가치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는 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중에서

기업의 기부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 지고 있는 기부문화가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현상 중심적인지 보여 주는 대목도 눈에 띈다.


현재 한국에서도 기부 플랫폼은 크게 카카오의 같이 가치와 네이버의 해피빈으로 양분되어 있다. 뭐 디테일한 구조는 좀 다르지만 두 플랫폼 모두 기부문화를 선도하고 사회 변화를 만드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댓글만 써도, 좋아요만 눌러도, 공유만 해도 내 돈 한 푼 내지 않았는데 기부가 진행된다. 아주 쉬운 기부다. 플랫폼을 사용하는 대가로 기업이 대신 기부를 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행위를 불량 식품을 섭취하는 행위하고 결론짓는다. '참여하지도 않고 기부할 수 있는 모금은 참여의 정크 푸드이고, 포만감은 느껴지지만 건강함을 만들기는 어려운 불량식품' 같은 기부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기업에게 무슨 큰 기대를 하며 쓴 책이 아니다. 오히려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왜 비영리 부문에서 일을 하는지' 그 근본을 되묻고 있는 책이다. 기업적 사고로 통일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어하는 책이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 이제는 ESG가 유행하니 ESG 담당자라고 해야 하나 - 보다는 비영리 부문에 있는 분들이 읽어 보면 좋겠다.


정말 할 말이 많은 책이다. 2013년도 읽을 무렵에는 의미 있게는 읽었지만 현실감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자본주의 대전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다시 꺼내 보니, 진짜 현실감이 쩐다! 요즘 어딜 가나 사회변화와 사회문제 해결을 이야기하는 무대에는 기업이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기업을 사랑하는 -물론 비판의 제스처도 가끔 보여주면서 - 교수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앉아 있다. 임팩트 투자자들도 물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영리 부문의 사람들은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무대가 끝나면 기업과 교수들, 임팩트 투자자 손이라도 한번 잡아 볼 심산으로.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애당초부터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고, 작은 변화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기업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책이다. 점점 이야기는 재미있어지고, 생각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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