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느리게, 작곡가와 연주자의 생애를 만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의 오프닝에서 '알레그로 논 트로포'(Allegro Non troppo 빠르지만 심하지 않게 연주하라)로 주말 아침을 설명한다. 그리고 브람스와 슈만의 곡 중 '알레그로 논 트로포'로 연주되는 곡을 들려준다. 나는 연주자들이 빠르지만 심하지 않게 연주를 잘하는지 듣는다.
클래식 음악을 좀 더 잘 들어 보겠다고, 클래식 음악 관련 책을 사서 읽었다. 듣는데 시간을 쓰지 않고, 읽는 것에 시간을 써서 더 잘 들으려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긴다. 읽는 것이 훨씬 익숙한 사람이라서 그럴지 모르고, 아니면 아직도 음악을 마음보다는 머리로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에 관련된 책을 쓰는 저자 중, 나는 문학수 선임기자가 쓴 책 모두가 좋다. 오늘 소개하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문학수, 2013, 돌베개)를 비롯, '더 클래식' 시리즈 3권 모두 사람, 음악, 역사를 잘 엮어 클래식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만드는 인문서 -취미와 교양보다는-이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Adagio Sostenuto 음 하나하나를 충분히 눌러 무겁고 느리게 연주하라)라는 제목은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책이 딱 그렇다. 천천히 묵직하게 읽으면 좋은 책이다. 바로크에서 현대까지의 작곡가와 연주자들의 생애와 그들이 산 시대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바그너, 브람스, 말러, 드뷔시, 포레, 에릭 사티, 야나체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쇤베르크, 쇼스타코비치, 클라라 하스킬, 호로비츠,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글렌 굴드, 마렉 야노프스키, 다니엘 바렌보임, 마리아 주앙 피레스를 만날 수 있다.
‘음악을 만나는 일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와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은 '생애'라는 앵글로 음악을 들여다보겠다고 저자는 서문에 쓰고 있다.
이 책은 작곡가의 생애를 만나게도 하지만, 그 생애가 빚은 작품을 제대로 보여주는 연주자와 음반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읽고 난 후 찾아 듣는 재미가 있다.
아르헤리치의 쇼팽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VXxh4YRHQCQ
저자는 '시간을 바치지 않으면' 음악은 결코 당신 것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같은 곡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 곡의 흐름을 외우는 순간 그 음악은 내 것이 된다고 한다. 음악만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시간을 바치는 것은 어찌 보면 내 전부를 바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