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민주주의다.
며칠 전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모든 선거의 핵심 주제는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가?'로 요약되고, 자연스럽게 경제가 좋아지면 우리들의 삶도 좀 더 풍부해질 것이라는 가정을 삼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미 출발선이 다르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 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제자리이고, 풍요로운 삶은 한 뼘도 가까워져 있지 않다. 루이스 캐럴이 쓴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것, 그리고 그 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공간인 시장은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여러 가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와 규칙도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인간적으로(?)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 '자본주의를 구하라'(로보트 라이시, 2016, 김영사)를 한번 펼쳐보자.
저자는 한국판 서문에서 '미국의 불안한 행보를 쫓아가고 있을 수 있는 한국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보낸다. 시장의 규칙을 만드는 일에 이미 시장성과를 많이 가진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그 결과는 사실 뻔하다.
저자가 지적하는 대항력의 부재 혹은 약화는 뼈 아프다. 정반합의 변증법이 시장 규칙을 만드는 곳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국가, 시장, 시민사회가 서로 견제하면서 만들어 가던 공공성이 시장의 막강한 힘 앞에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직면할 도전은 기술이나 경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자본주의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강화로 해결해 가야 한다.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할 정치적 세력화를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비영리 섹터로 대변되는 시민사회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낙수효과(落水效果) 또는 트리클다운 이코노믹(trickle-down economics)은 이미 정치적, 경제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은 증명되었지 않는가? '어떻게 경제를 살리는가?'의 질문이 '어떻게 민주주의 강화하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만 속자!
아참! 책 읽기가 싫다면 넷플릭스에 있는 다큐라도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