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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09. 2021

종의 기원(정유정, 2016)

악인은 나를 포함한 '누구나' 일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복수의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로 이어지는 복수의 모든 것을 담은 복수 시리즈 영화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복수시리즈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납치와 감금 그리고 복수로 이어지는 구성과 각 영화별 등장인물의 교묘한 교차성 등은 시리즈로 보기에 충분했다. 짧은 시간 압축적으로 복수 시리즈를 완성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로 남녀의 사랑을 시리즈로 만들었다. 영화배우들도 이 영화와 함께 나이가 들어갔다. 20대, 30대, 40대의 사랑과 대화, 소통방식을 잘 엮어낸 작품이다. 18년 정도의 제법 긴 시간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정유정 소설가는 '7년의 밤'(2011), '28'(2013), '종의 기원'(2016)을 통해 인간의 '악'에 대해 글을 썼다.

종의 기원은 정유정 소설가의 '' 시리즈 마지막 편에 해당될지 모른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악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밝힌다. 악을 제대로 응시해야 악이라포식자가 우리 삶을 위협할  대처할  있다고 한다.


소설가가 직접 이야기를  것처럼  소설은 악인의 탄생기이다. 어둡고, 칙칙하다. 희미하고 답답하다.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악은 완성되어 간다.


기다리는 법을 배웠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인간은  지상의 생명체  자기 욕망에 대해 가장 참을성이 없는 종이었다.' 것이 작가가 마주한 악의 본질이자 인간 종의 기원인지 모른다.

악은 운명처럼 끝내 벌어진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그것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지금 여기는 참 이쁜 계절이다. 꽃이 피고, 연두와 초록이 공존하는 멋진 계절이다. 이 계절에 이 책을 읽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괜찮다. '태양이 은빛으로 탔다. 5월의 여울 같은 하늘 아래로 띠구름이 졸졸 흘러갔다'는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아름다운 시간과 계절에 읽기 좋은 소설이다. 물도 없이 고구마 백개를 입에 넣고 씹는 기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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