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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08. 2021

타인에 대한 연민(마사 C. 누스바움, 2020)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은 있다.

'강호동 아들 건드렸다가 뚝배기 깨질 뻔한 이수근 ㅋㅋㅋ 살기 위한 손가락질' 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웃으라고 만든 것 같은데, 나는 안 웃겼다. 강호동의 폭력적인 태도 앞에 이수근이 본능적으로 취한 태도는 두려움과 공포가 엉뚱한 방향으로 어떻게향하는 가를 보여 주고 있었다.

'살기 위한 손가락질'은 사실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두려움의 원인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니 더 약한 곳을 향한 손가락질을 통해 혐오, 분노, 차별, 증오, 배제 등을 만들어 놓고 있다.


마사 C. 누스바움은 한국에서유명한 철학자이다. 그녀의 글은 언제나 깊고 호소력이 짙다. 이번 책은 그녀의 전작에 비해 보다 대중적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마사 C. 누스바움, 2020, 알에이치코리아)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겪고 있던 2020 9월에 출간되었다. 모두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다. 원제는 'The Monarchy of Fear : A Philosopher Looks at Our Political Crisis'이다. 직역하면 '두려움의 군주제 : 우리의 정치적 위기에 대한 철학자의 시선' 정도가   같다.  책은 두려움(Fear)이라는 감정을 주요 분석도구를 삼는다.


여러분은 두려움이 몰려올 때 어떻게 하는가? 나의 두려움을 약한 타인에게 전가해서 두려움을 덜어 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암울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아니면 두려움의 근본 원인에 맞서 싸울 수도 있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누스바움은 현실적인 믿음과 희망을 중심으로 두려움에 맞설 대안을 이야기한다. 믿음은 증거에 기반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나, 사실 믿음은 믿어야 생기는 거다. 믿어야 믿는 거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에서 말한 "나는 언젠가는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옛 노예의 자손들이 옛 노예 소유주의 자손들과 함께 형제애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와 같은 믿음과 희망 같은 것이다.

"감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규범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된다...(중략)... 자신이 느끼는 과도한 증오나 두려움에 대해 '미안하지만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인종 혐오, 여성 멸시, 이민자들에 대한 두려움, 장애인을 혐오하는 감정들 중 불가피하거나 '자연스러운' 것은 결코 없다"


'원래 그래'는 '원래 없다'. '원래 그래'에 숨어서는 안 된다. 왜 이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믿음과 희망으로 다시 대안을 만드는 일에도 저자는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 대안적 방법으로 '역량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시민적 기본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10가지 역량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방법을 품위 있는 투쟁이라 불렀다.

역량은 생명, 신체 건강, 신체 보존, 감각/상상/사고, 감정, 실천 이성, 관계, 인간 이외의 종, 놀이, 환경통제 등 10가지로 구성된다. 그냥 희망을 품는 것이 아니라 역량 접근법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역량 접근법'에 대해서는 '역량의 창조'(마사 C. 누스바움, 2015, 돌베개)에서 보다 자세히 만들 수 있는데, 아직 나도 읽지 못했다. 한 권을 읽고 나니 또 읽어야 할 것들이 꼬리를 문다. 알게 되면 더 모르는 것이 많이 생기는 것이 맞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완전히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원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두려움이 우리 삶을 지금보다 더한 지옥으로 안내하지 않기 위해 현실적인 믿음과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현실 민주주의와 정치를 보면 현실적인 믿음과 희망이 정말 하루에도 수십 번도 흔들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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