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이라 쓰고 사랑이라고 읽는다.
오늘의 만년필은 내가 참 아끼고 애정 하는 만년필이다. 결혼하고 맞은 내 첫 생일에 장모님께서 선물해 주신 만년필이다. 어떻게 장모님께서 이런 선물을 생각하게 되셨는지 후일담을 들어보니 그 배후에 아내의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 선물의 연유가 어찌 되었든, 장모님께는 잘 생기고, 똑똑하고 공부 많이 하는 사위(이 표현은 장모님이 하셨다. 지어낸 것 아니다)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100원, 200원짜리 볼펜도 있던 시절인데, 당시에도 몇 십만원을 호가하는 필기구를 선뜻 선물하신 것 보면 사위사랑이 넘쳐 나신 것 같다. 선물 받고 정말 기뻐 날뛰었던 것 같다. 나의 첫 몽블랑 만년필이다.
이 만년필의 모델은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4(Montblanc Meisterstück 144)이다. 마이스터스튁 시리즈는 몽블랑의 대표 만년필 라인업이다. 현재 생산 판매되는 모델은 145(classique), 146(Le Grand), 149이고, 144과 114(Mozart) 모델은 단종된 상태이다. 숫자는 만년필의 길이를 표시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만년필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만년필이 되었다. 물론 중고거래를 어떻게 뒤지면 나오겠지만..
버건디 색상이고, 만년필의 뚜껑은 푸시 캡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 만년필의 고질병으로 알려 진 닙파트에서 바디로 이어지는 부분의 변색과 누수 등은 아직 다행히 없고, 정말 관리가 잘 되어 있다.
14K 금으로 된 닙으로, 투톤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월의 흔적이 좀 있긴 하지만, 정말 아름답다.
24년 된 만년필이지만, 정말 잘 써진다. 내 손에서 어쩌면 가장 오랜 시간 보냈는지 모른다. 나의 필압과 필기 각도에 따라 길들여진 닙은 나에게 최상의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정말 나에게는 소중하고, 사랑이 가득 묻어 있는 만년필이다. 연로하신 장모님의 건강이 썩 좋지 않다. 나는 매일 건강하시길 기도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