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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20. 2021

신뢰 이동(레이첼 보츠먼, 2019)

신뢰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한다.

작년에 자동차를 바꿨다. 첨단 장치가 가득하다. 그중 주행 보조 장치는 내가 처음 써보는 기능이었다. 작동을 시키면 자동차가 알아서 일정한 속도로 차선을 유지하면서 주행한다. 앞 차가 멈추거나 차량이 끼어들면 스스로 속도를 늦추거나 멈춘다. 처음 이 장치를 작동하고 불안해 죽는 줄 알았다. 멈출 것 같지 않고, 차선을 넘어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나는 그 장치를 신뢰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이 장치 없이 어떻게 고속도로를 다녔는지 모를 정도로 편하다. 난 이 장치를 신뢰하게 되었다.


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로 했다.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할 음식점을 찾는다. 딸이 주문할 음식점을 결정했다. 딸에게 내가 묻는다. '거기서 먹어 봤어?'. 딸이 대답한다. '아니'. 내가 또 묻는다. '맛있는지 어떻게 알아?'. 딸이 대답한다. '여기 리뷰 개수랑 평점이 장난 아니게 높아'. 우리 가족은 그곳에 주문을 한다.


믿는다는 것은 또 다른 행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다. 신뢰의 폭이 커지면 훨씬 안전함을 느낀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지만 믿기 때문에 도끼를 들 수 있는 것이다.

지역적 신뢰와 제도적 신뢰를 넘어 분산적 신뢰로 향하고 있는 현시대를 분석하고 있는 ‘신뢰 이동’(레이첼 보츠만, 2019, 흐름출판)이라는 책이 있다. 내가 읽기로는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라는 광의의 측면보다 새로운 경제현상 중 하나인 공유경제 사회의 신뢰에 더 가까워 보였다. 더 작게는 새롭게 만들어진 서비스와 상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신뢰하게 만들 수 있을지 설명하는 책으로 보였다.

저자는 신뢰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해 주는 다리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일단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의심하고 주저하지만, 우리는 일정한 신뢰 형성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을 또 받아들인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마차에서 열차, 열차에서 자동차, 자동차에서 비행기, 비행기에서 함께 타기, 함께 타기에서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는 '신뢰 도약'의 순간이 생기는 것이다.

신뢰 형성은 3가지의 요소로 더미화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먼저, 이미 알고 있던 개념에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연결이 필요하다. 개념적 신뢰 요소이다. 두 번째는 그 새로움을 만들고 있는 회사 혹은 조직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어야 한다. 플랫폼적 신뢰 요소이다. 세 번째는 그 새로움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다. ‘그 사람도 그걸 쓴데’와 같은 개인 신뢰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일하고 있는 비영리 활동가들에게 제법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개념적인 요소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설명도 길어지고 이해도 어려워진다. 그리고 좋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과 조직에 대한 신뢰는 필수적이다. 투명하고 윤리적임은 물론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탁월함을 갖춰야 한다. 선함과 탁월함을 갖춘 조직이 필요하다. 또한 함께 하는 이미 신뢰받는 사람들의 존재도 필수적이다. 비영리 조직의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파되는 분산적 신뢰 확보도 필수적이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비영리는 과연 신뢰 더미를 갖추고 있을까?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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