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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26. 2021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케빈 켈리, 2017)

못 피하는 걸까? 안 피하는 걸까?

2016 3 한국에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있었다.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원했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끝났다. 알파고는 2016 3 15 한국기원에서 명예 바둑 9단증을 수여받았고, 알파고 9단이 되었다. 지금은 이세돌 9단도 은퇴했고, 알파고도 은퇴(?)했다.


 세기의 바둑대결 이후, 기술이 인간을 대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그때부터 ‘앞으로   후에 없어질 직업같은 발표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 기술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리고 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과학 기술 문화 전문 잡지 '와이어드' 공동 창간자이자 창간  7 동안 편집장을 맡은 최고의 기술 컬럼리스트로 알려진 케빈 켈리의 책이 그즈음 출간되었고, 나는 마치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은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케빈 켈리, 2017, 청림출판)는 기술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피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을 12가지 동사형 단어로 정리하고 있는 책이다.

'새로운 무언가로 되어가다(Becoming)',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인지화되다(Cognifying)', '고정된 것에서 유동적인 것으로 흐르다(Flowing)', '현재는 읽지만 미래는 화면을 보다(Screening)', '소유하지 않고 접근하다(Accessing)',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으로 공유하다(Sharing)',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 걸러내다(Filtering)', '섞일 수 없는 것을 뒤섞다(Remixing)', '사람에게 하듯 사물과 상호작용하다(Interacting)', '측정하고 기록해 흐름을 추적하다(Tracking)', '가치를 만들어 낼 무언가를 질문하다(Questioning)', '오늘과 다른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다(Beginning)' 등 12가지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미래의 정체라고 쓰고 있는 책이다.


출간 당시만 하더라도 미래 예측서에 가까워 보였는데, 지금 다시 보니 이미 실현된 현실에 대한 정리읽히는 부분이 많다. 저자가 예측한 것처럼 기술의 관성은  탄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기술 발전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바뀌거나 멈출 가능성이 없다고  저자의 생각이 맞은 거다. 정말 피할  없었던 것일까!!

12가지의 피할 수 없는 미래 법칙은 개별화된 단독 현상이 아니고,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마지막에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남긴다. "모든 인간과 모든 기계를 하나의 세계적인 매트릭스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행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예측하고 있는 모든 것은 사실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번 속도가 붙은 기술의 관성이 얼마나 무섭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의문이 들었다. 정말 피할 수 없는 것일까?


기술에 방향을 부여하고, 관성을 붙이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인간들이다. 피할수록 더 좋은 미래가 만들어진다면 지금의 편리함을 유보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인간들이다. 저자는 최대한 기술을 포용하라고,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여전히 손해 보더라도 피하는 인문정신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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